업무용 접이식 테이블·USB 충전단자 갖춰 9월12일부터 서울~부산·광주 2개 노선 운행… 우등형보다 30% 비싸
  • ▲ 프리미엄 고속버스 내부.ⓒ국토부
    ▲ 프리미엄 고속버스 내부.ⓒ국토부

    오는 9월부터는 고속버스에서 뒷사람 눈치 안 보고 마음 편히 누워 갈 수 있다. 옆좌석 가림막(커튼)을 치면 최대한 독립된 공간에서 편안한 여행이 가능하다.

    KTX처럼 좌석별 테이블에서 업무를 볼 수도 있고, 항공기처럼 좌석마다 설치된 모니터에 미러링(스마트기기의 화면·기능을 다른 장비에서 보여주는 기술)으로 스마트폰의 영화·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띄워 즐길 수도 있다.

    올해 추석 명절에 맞춰 9월12일부터 실전 투입될 '프리미엄(초우등형) 고속버스'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제2주차장에서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공개하고 시승행사를 열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서 각각 제작한 프리미엄 고속버스 2대가 세종청사~오송역 구간을 운행했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우등버스와 같은 3열 좌석을 채택했다. 좌석 수는 운전석 포함 총 21석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장거리 심야 고속버스인 하카타호처럼 2열 14석을 도입하기에는 수익성을 맞출 수가 없었다는 게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량에 오르니 각 좌석을 뒤쪽에서 에워싸고 있는 보호쉘과 옆좌석 가림막(커튼)이 먼저 눈에 띄었다. 보호쉘은 좌석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장비다. 보호쉘 간 앞뒤 간격은 현대 차량이 1.4m, 기아 차량이 1.3m다. 승객은 보호쉘 범위 안에서 좌석을 뒤로 한껏 젖힐 수 있다. 현대차는 최대 160도(°), 기아차는 최대 144°까지 기울일 수 있다. 지난해 30대 남성의 평균 키가 173.7㎝인 점을 고려할 때 좌석 발판까지 펼치면 웬만한 성인 남성이 거의 누운 자세로 탈 수 있게 된다. 원터치 버튼이 따로 있어 8초만 기다리면 눕혔던 좌석을 원상태로 돌려세울 수도 있다.

    보호쉘이 좌석을 감싸고 있어 통로가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우등버스보다 10㎜ 더 넓다는 게 제조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9월 본격 운행할 때는 통로 폭을 37㎝에서 43㎝로 더 넓혀 타고내릴 때 불편하지 않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좌석 사이에 있는 커튼을 치면 최대한 독립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좌석 재질은 우등버스에 쓰이는 인조가죽 대신 탄력이 좋은 라텍스를 사용했다. 제작비용을 고려할 때 경유 고속버스라는 기계적 승차감의 한계를 좌석 재질로 보완하려 한 셈이다. 좌석 폭은 현대차가 60㎝ 초반, 기아차가 50㎝ 중반으로 현대차가 약간 넓었다.

    이동 중 노트북을 꺼내 업무를 보기도 쉬워졌다. 각 좌석에 KTX처럼 접이식 테이블이 설치됐고 인터넷 무선접속을 위한 와이파이(Wi-fi)도 서비스된다.

    항공기처럼 좌석마다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영화·위성TV·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미러링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폰의 개인 콘텐츠를 개별 모니터 화면으로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애플사의 아이폰은 저작권 문제로 아직 미러링 기술을 활용할 수 없다.

    모니터는 기아차는 1024×768 해상도의 태블릿을 적용했다. 현대차는 항공기 좌석에 장착하는 패널과 유사한 형태로 제작됐다. 현대차의 경우 모니터 하단에 '화장실'과 '승무원 호출'로 구분된 긴급상황 조작버튼을 따로 두어 눈길을 끌었다. 버튼을 누른 후 해당 모니터 화면을 누르면 문자메시지가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였다.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USB 충전단자도 좌석별로 설치됐다.

    밤에 이용할 개인용 독서등도 좌석마다 장착됐다. 현대차는 와이어형이어서 앉은 자세에서도 활용이 쉬운 반면 돌출돼 있어 뜻하지 않게 부딪힐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기아차는 좌석 매립형이어서 걸리적거릴 일은 없지만, 주로 누운 자세에서 미세조정만 가능해 불편했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현대차, 기아차 모두 앞차와의 추돌을 방지하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S)이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AEBS는 운전자의 졸음운전이나 전방주시 태만으로 추돌위험이 있을 때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제동장치가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차선 이탈 경보장치(LDWS)와 차량자세 조절장치(VDC)도 적용했다.

    승객 입장에선 능동형 환기시스템(CO₂자동 배출 시스템)에 눈길이 갔다.

    고속버스조합 관계자는 "기존 고속버스는 차내 위치에 따라 이산화탄소량이 다른 데다 자동 배출도 안 돼 졸음이 왔지만, 능동형 환기시스템은 차량 내 이산화탄소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순환·배출하므로 쾌적한 공기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호 국토부 제2차관은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1992년 우등고속 도입 이후 정체됐던 고속버스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상품 다양화를 통해 이용객의 선택권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요를 봐서 내년에는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더 많은 노선에 보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해 추석 연휴에 맞춰 9월12일부터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서울~부산(12대), 서울~광주(15대) 등 2개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운행요금은 기존 우등형 고속버스보다 30% 높게 책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