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개항장 주변, 연안부두, 부평 등 12개 지역 대상
  • ▲ 인천 신포동 주변 모습. 일제시대 지어진 근대건축물을 복원·재생한,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들이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 사진 인천관광공사 홈페이지
    ▲ 인천 신포동 주변 모습. 일제시대 지어진 근대건축물을 복원·재생한,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들이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 사진 인천관광공사 홈페이지

    송도 개발과 함께 수십 년간 사실상 방치돼 있던 인천 제물포와 동인천 등 구도심을 되살리기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관광-문화-첨단산업을 아우른 새로운 도시 생태계 조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천 옛 도심의 기능 회복과 연계형 산업 발굴에 초점을 맞춘 종합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한국 근현대사가 역사적 첫발을 뗀 개항장 주변을 비롯해 슬럼화된 구도심 지역이, ‘유령 거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관광 자원으로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도심 재생을 위한 계획안이 목표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①대중교통 체계 개편 ②초중고 학교 이전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당국과의 협조 ③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을 위한 타당성 분석 ④서울·경기 등 다른 시도와의 접근성 향상 ⑤주민을 위한 편의 시설 확보 및 정주여건 개선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개발 방식을 높고 벌어질 수 있는 주민들 사이의 의견 대립과 불화, 이로 인한 개발 지연, 시민단체를 빙자한 외부 세력의 갈등 조장, 소유주와 임차인간 분쟁 등 계획의 정상적인 추진을 가로막을 수 있는 돌발 변수도 많다.

때문에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와 자치구, 시의회, 시교육청 4자간의 협조, 인천시와 시민들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이 힘을 얻고 있다.

인천 구도심 부활에 방점이 찍힌 ‘2025 인천 도시재생전략계획’이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건 지난 9일이다.

계획에 따르면, 인천 구도심 도시재생의 중심 축은 경인고속도로와 경인철도망이다. 인천시는 이 축을 기본으로 도시재생 권역을 중·동·남재생권, 부평재생권, 도시재생유도권으로 구분했다. 이와 별도로 강화지역은 ‘강화재생권’으로 설정했다.

‘중·동·남 재생권’은 해양·근대역사 유산과 연계한 ‘창조·관광산업 육성’을 사업의 기본방향으로 잡았다. 한때 이 지역은 ‘인천의 명동’으로 불리면서 지역 경제·문화의 중심 축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주말에도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뜸할 정도로 쇠락했다.

난개발로 도시 기능이 크게 약화된 ‘부평 재생권’은 문화-상업-첨단산업, ‘강화 재생권’은 역사-농어업을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 육성에 각각 초점을 맞춰 개발이 이뤄진다.

구체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벌어지는 ‘활성화지역’은 12곳으로, △인천개항창조도시 △연안부두 어시장 주변 △송림오거리 주변 △제물포역 주변 △부평역 일원 △신흥동 일원 △만수동 만부구역 주변 △부평아웃렛 주변 △가좌동 가재울마을 주변 △SK인천석유화학 삼거리 주변 △강화군청 주변 △교동 대룡시장 주변 등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앞으로 10년간 단계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벌어진다. 사업예산은 모두 2천억원. 인천시는 사업을 위해 국비 600억원, 지방비 1,4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구도심 재상사업 추진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장밋빛 공약으로 주민들에게 헛된 기대감만 안겨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 구도심 재생사업은 이미 첫 단추를 끼웠다. 인천시는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간담회, 전문가 자문회의, 시민공청회, 지방의회 의견 수렴, 관련기관 협의 등의 행정절차를 마쳤으며, 이달말 쯤 사업 추진 공고를 낼 예정이다. 

구도심 재생사업의 로드 맵은 인천발전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보이는 이 보고서에는 구도심 재생사업의 추진 방향, 구도심 슬럼화의 원인 분석, 사업 우선순위, 국비 및 민간투자유치 등 재원조달 계획 등 담겨져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가 고사(枯死)위기에 놓은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종합계획을 내놨지만, “때가 너무 늦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안상수-송영길 두 전임 시장이 각각 송도 개발과 인천아시안게임 유치 등 굵직한 프로젝트 추진에 매달리면서, 구도심의 슬럼화를 사실상 외면했다는 쓴소리도 적지 않다.

구도심 재생을 위해 필수적인 교통망 구축과 관련해, 인천시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인천시가 확정한 시내버스 노선을 보면, 일부 버스는 주안역, 동인천역, 신흥로터리, 용현고개 등 구도심 지역을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인천시가 돈 되는 지역만 노선을 늘리고, 구도심을 홀대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가뜩이나 정주여건이 좋지 않은 구도심 주민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 탁상행정이란 날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