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등 민감한 문제엔 말 아껴....“교원성과급 차등 지급 폐지” 강조
  • ▲ 한국교총 36대 회장에 당선된 하윤수 부산교대 총장이 당선자 확정 뒤, 교총 기를 흔들고 있다. ⓒ 사진 한국교총
    ▲ 한국교총 36대 회장에 당선된 하윤수 부산교대 총장이 당선자 확정 뒤, 교총 기를 흔들고 있다. ⓒ 사진 한국교총

    하윤수 부산교대 총장이, 전국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새 회장으로 당선됐다. 경남 남해 출신인 하윤수 신임 교총 회장은 부산 경성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아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윤수 회장이 교총 회장단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004년 윤종건 교총 회장의 부회장 런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된 이력이 있다.

교총 회장단 활동 경력이 풍부한 현직 교육대 총장이 교총의 새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주요 현안 처리에 있어 교총의 협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교총 부회장으로 대정부 교섭의 전면에 나선 경험이 있어, 여소야대 국회에서 그의 경험이 더 빛을 발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전국 국공립대 교수연합회 공동대표 등을 지내, 전문성은 물론 정무적 감각도 기대해 볼만 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윤수 회장 체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새 교총 회장의 앞으로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런 견해를 내놓고 있는 이들은 “누가 교총 회장이 당선되든 풀어야할 난제가 만만치 않아, 교총 회장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새 교총 회장의 입장 혹은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교육계 현안은 많다.

새 교총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하는 교육계 주요 현안으로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대학구조개혁 ▲난수표 전형이란 비아냥을 듣는 대학전형 개선 ▲누리과정 예산 편성 ▲어린이집을 유치원과 같이 교육부가 관장해야 해야 한다는 이른바 ‘유(유치원)·보(보육기관) 통합’ 등이 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14개 지역을 장악한 진보교육감과의 관계설정도 하윤수 신임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다. 서울고법원의 판결로 노조로서의 법적인 지위를 사실상 잃어버린 전교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도 하윤수 총장이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다.

전임 안양옥 회장 당시 교총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교육감직선제 폐지 운동의 중단 혹은 지속 여부도 하윤수 회장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하윤수 회장은 20일 당선자 인사를 겸한 기자회견에서, 전교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묻는 질문에 ‘협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전교조는 법외노조지만 실체적으로는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교조와의 관계설정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하윤수 회장은 이어 ‘교총이든 전교조든 함께 가는 방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진보교육감들과의 관계설정에 있어서는 결이 다른 말을 했다.

그는 “13개 진보교육감들의 분리적인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교총도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진보)교육감의 정책이 교육적인 부분을 떠나 편향된 부분이 많다.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윤수 회장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별로 교총 측이 교육감 후보를 내겠다는 뜻도 밝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는 “(다음 지방선거까지) 시간이 충분한 만큼 교총이 선제적으로 주도해서 대처하겠다. 보수후보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가 주도하면 한국교총의 본 뜻을 충분히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교사들의 관심이 집중된 ‘성과상여금 차등 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수업의 특수성을 배제하고, 선생님을 일반 공무원과 같이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협의해서 무조건 바꿔야 한다”며, 현행 제도의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하윤수 회장은 함께 당선된 부회장단에 30대 초반 평교사가 포함된 사실을 소개하면서, “2030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이들과 더불어 정책을 주진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대학가 최대 현안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국립대든 사립대든 구성원이 납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적 이념적 갈등으로 변질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서는 “당장 입장을 밝힐 수 없다. 선생님들의 의견 내면 바로 수렴하겠다”며 즉답을 비켜갔다.

하윤수 회장은 2004년 교총 부회장 당시, 정부가 ‘교권 추락’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의 무능과 철학 부재(不在)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학생들이 자든 말든 휴대폰 통화를 하든 말든 꾸짖기도 힘든 상황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적 목적의 체벌 조항을 두고 있으나 교육당국은 체벌을 못하게 하고 있다. 수업태도가 불량한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드는 것은 예로부터 인정된 교육수단임에도, 이마저 못하게 하니 교사의 본질적 권한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쓴소리를 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교총 회장단으로 활동한 그는 2005년 12월 개성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 교육자 대표자회의’ 참석차 북한을 방문한 이력도 있다. 당시 그는 전교조 박경화 위원장 직무대행 등과 함께 남측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 김성철 위원장을 만났다.

하윤수 회장과 함께 당선된 부회장은 ▲진만성 서울양목초 교장(수석부회장) ▲김정미 전남 매안초 교사 ▲박상식 충남 청양고 교장 ▲안혁선 경기 태광고 교사 ▲박인현 대구교대 교수다.

이번 한국교총 제36대 회장 선거에는 모두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기호 4번 하윤수 부산교대 총장이 30,482표(36.64%)를 얻었으며, 29,871표(35.90%)를 얻은 기호 1번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가 2위를 차지했다. 기호 3번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14,116표(16.97%)표, 기호 2번 두영택 광주여대 교수는  8,730표(10.49%)를 각각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