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공정성 위해 외국기관에 용역 의뢰… 10년 넘은 입지 논란 사실상 종식
  • ▲ 영남지역 항공수요 조사 연구 최종보고회.ⓒ연합뉴스
    ▲ 영남지역 항공수요 조사 연구 최종보고회.ⓒ연합뉴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백지화됐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면서 부활했다. 신공항 부활의 일등공신은 저비용항공사(LCC)의 폭발적인 성장세였다.

    하지만 정부가 신공항 건설 대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해 장래 발생할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로 하면서 다시 한 번 백지화 전철을 밟게 됐다.

    ◇김해공항 활주로 2023년 혼잡 예상… 2011년 백지화 이후 재논의 점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1992년 부산 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된 게 출발점이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은 2006년부터다. 이후 신공항 건설은 선거 때마다 지역의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고 정치적 쟁점이 됐다. 치열한 유치 경쟁으로 지역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2011년 백지화 당시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영남권 신공항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14년이다. 국토부는 그해 8월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영남지역 항공 수요조사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오는 2030년에 김해공항의 수요가 현재보다 2배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해공항은 2023년부터 활주로 혼잡이 시작된다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진행됐던 타당성 조사에서는 2027년께 혼잡이 예상됐었다. 4년여가 지나는 사이 활주로 혼잡 시점이 4년 앞당겨진 것이다. 국토부는 장래 항공수요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신공항 건설을 기정사실로 했다.

    영남지역 공항 이용 혼잡은 LCC 급성장이 견인했다. 김해공항은 2009년 이용객이 687만명에서 2013년 967만명으로 연평균 8.9% 성장했다. 대구공항도 2014년부터 LCC가 취항하면서 상반기에 2013년 같은 기간보다 17.2% 이용객이 늘었다.

    국제선 이용률도 증가했다. 김해공항의 경우 국제선 운항은 2009년 24개 노선 주 424편에서 2013년 30개 노선 주 732편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LCC 비중은 같은 기간 6%에서 37%로 급증했다.

  • ▲ 국토부.ⓒ연합뉴스
    ▲ 국토부.ⓒ연합뉴스


    ◇국토부, 공정성 위해 외국 전문업체(ADPi)에 용역 의뢰… 결국 백지화로 결론

    국토부는 한 차례 신공항 추진이 백지화했던 만큼 이번에는 신공항 입지를 '찾아 (결론내)보자'는 태도였다.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의 양자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 두 곳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신공항 입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지역이다. 2009년 타당성 조사 때 밀양과 가덕도는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각각 0.73과 0.70으로 나왔다. 정부의 국책사업 평가에서는 B/C가 1 이상이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국토부는 공정성을 기하겠다며 사전 타당성 용역은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 용역'을 맡았던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위임했다. ADPi는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 등 전 세계 30여개 공항을 소유·운영하는 파리공항공단(ADP)이 2000년 자회사로 설립한 공항 설계·엔지니어링 전문업체다. ADPi는 국토부와 계약을 맺고 지난해 6월25일로부터 용역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양자 대결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지만, 용역이 진행되면서 신공항 후보지는 다시 밀양과 가덕도로 압축됐다.

    밀양은 대구, 경남·북에서 1시간 이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대구 등은 가덕도는 접근성이 떨어져 국토 동남단의 지역 공항으로 전락할 거라는 논리를 폈다.

    이들 지자체는 경제성에서도 밀양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가덕도는 해양 매립 등으로 말미암아 활주로 1본의 공항 건설에도 6조원의 공사비가 드는 반면 밀양은 활주로 2본을 갖추고도 공사비가 4조6000억원에 그친다는 설명이었다.

    안전성에서도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물은 높이 200m쯤인 주변 산 4곳이 전부라며 봉우리 일부만 깎아내면 고정 장애물은 사라지고 이동 장애물 위험도 없다고 주장했다.

    가덕도는 24시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부산은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으면 소음피해 우려 없이 24시간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국제공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해공항이 인근 주민의 소음피해 등을 이유로 야간에는 비행기 이착륙을 할 수 없는 반쪽짜리 국제공항에 그친다는 설명이었다.

    부산은 안전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태도였다. 밀양은 주변에 고정 장애물이 있지만, 가덕도는 해안에 자리 잡아 항공기가 간섭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1일 국토부가 신공항 건설 대신 기존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하기로 결정하면서 10년 이상 끌어온 논란은 결국 백지화로 일단락됐다.

    서훈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번 김해공항 확장안은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기존의 안전, 활주로 부족, 연계 교통망 문제를 해결하는 김해 신공항 수준의 대안으로 평가한다"며 "확장안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영남권 수요 조사에 따른 잠재수요까지 포함한 용량 갖추게 되는 만큼 앞으로 영남권 공항 문제는 더는 걱정 안 해도 될 거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영남권 신공항 건설안 폐기를 선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