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성과 부진에 전격 수장 교체 HBM 실기 결정타… 엔비디아 공급 논란 진행형D램-낸드 개발, 전략, 마케팅 두루 경험새 리더십… 쇄신 혁신 기대
  • ▲ 삼성전자 새 DS부문장을 맡는 전영현 부회장 ⓒ삼성전자
    ▲ 삼성전자 새 DS부문장을 맡는 전영현 부회장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1일 반도체(DS) 사업부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 실기한데다 차세대 D램 개발과 양산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겪고 있는 형편에 수장 교체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옛 삼성 반도체 영광의 주역 가운데 한명인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이 디바이스솔루션(DS) 새 부문장으로 임명됐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 DS부문장을 맡았던 경계현 사장은 전 부회장이 맡던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교체됐다.

    이날 단행된 인사는 삼성의 반도체 사업 위기감을 반영한 원포인트 인사라는 평가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데다 외부는 물론이고 DS사업부문 내부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만큼 갑작스럽게 진행된 인사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전망이 나온다.

    ◇ 뼈 아픈 HBM 사업 '실기'... 엔비디아 입성 좌절설까지

    첫번째 사업부문장 교체가 이뤄진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HBM 실기(失期)가 꼽힌다. 그간 삼성 안팎에서는 수차례 관련 문제제기가 계속돼 왔다.

    최근 퀄 테스트(품질 검증)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엔비디아 HBM3E 12단(H) 공급건도 변수가 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불발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주 삼성전자 D램, HBM 개발 분야 핵심 임원들이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최종 협의 단계를 밟고 있지만 아직까지 희망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엔비디아와의 이번 협상에 앞서 이미 삼성이 HBM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업계에서도 AI(인공지능) 시장이 이처럼 빨리 성장하게 될 것을 예상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는 하지만 삼성이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등 메모리 후발주자들에게도 뒤질 정도로 대응에 늦었다는 지적을 무시하긴 어렵다.

    지난해 기준으로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 삼성전자가 38%로 제법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 본격 양산을 앞둔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에서도 SK하이닉스가 일찌감치 엔비디아 공급을 결정지으며 기선을 잡았고 12단 제품은 삼성이 가장 먼저 개발하는데 성공했지만 엔비디아 공급 여부가 관건인 상황이다.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삼성전자
    ◇ 수백조 투자 파운드리도 개선 시급... TSMC와 격차 여전

    삼성 반도체의 또 한 축을 담당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도 예상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세계 1위 파운드리사인 대만 TSMC와 미세공정 기술에선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섰음에도 고객사 확보나 수율 등에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더 커졌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11.3%, TSMC는 61.2%로 49.9% 포인트(p) 차이다. 직전 분기에는 45.5%p였다.

    파운드리 사업에는 막대한 규모의 설비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수십조를 들여 신공장을 짓고 있지만 실적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파운드리가 본궤도에 올라 메모리와 함께 삼성 반도체의 실적 양날개 역할을 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 '돌아온 OB'... 추가 쇄신책 '촉각'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놓인 삼성 반도체 구원 투수로 투입된 전영현 부회장은 과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LG반도체를 거쳐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과 낸드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등 반도체 사업 전반을 두루 경험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메모리사업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엔 삼성SDI로 적을 옮겨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삼성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을 육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와 미래사업기획단이라는 신설 조직을 이끌며 삼성의 미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올드보이 귀환을 놓고 기대감 한켠엔 우려감도 대두된다. 

    삼성이 절치부심해 과거 영광을 되찾는데 적격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AI반도체 등 달라진 시대환경에 걸맞는 새로운 전략 제시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염려도 교차한다.

    더 큰 관심을 모을 후속인사나 조직개편 대해선 삼성측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새로운 수장을 중심으로 인수인계가 이뤄지고 나면 통상 7월 있었던 중간 인사에서 DS부문 쇄신 작업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