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선물 10만원 이상… 한우는 별도 기준 필요"농민 "한우 선물세트 값어치 떨어져… 예외 대상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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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당.ⓒ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른바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선물금액 기준을 10만원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한우는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아 적용 예외 등을 주장하는 농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금액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김영란법 원안대로면 한우 선물 수요 최대 2421억원 감소

    21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어치 이상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농축수산업계, 외식업계 등은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농축수산분야에 집중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수협중앙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공동 분석을 통해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시행하면 농·축·수산물 선물 수요는 연간 1조8000억~2조3000억원, 음식점 수요는 3조~4조2000억원 각각 감소할 거로 추정했다. 생산현장과 음식점 등의 일자리도 취업은 최대 18만3000명, 고용은 6만3000명 줄어들 거로 전망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의견서에서 식사 5만원, 상품 10만원, 경조사비는 20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와 중소기업청,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는 식사 5만~8만원, 상품 7만~10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문제는 한우다. KREI 등의 영향분석 결과 한우는 선물 수요가 최대 2421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우고기 음식점 매출은 5314억원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농가당 537만원의 수입이 줄어드는 셈이다.
    농식품부는 의견서에서 한우와 인삼은 별도의 선물금액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가격선은 제시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시행 시기도 연차적으로 금액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령 2021년까지는 선물 금액기준을 10만원 이상으로 적용하고 2022년 이후 원안대로 5만원 이상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농민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우선 선물금액 기준을 10만원으로 일괄 적용하면 외국산 쇠고기 수입만 부채질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외국산 쇠고기로는 10만원대 선물세트 구성이 가능하지만, 한우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농축산물은 특성상 3~5%만 공급이 과잉돼도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진다는 것도 부담이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홍보국장은 "갈비 선물세트는 1.8~2.4㎏이 가장 많이 팔린다"며 "수입 쇠고기로는 8만~9만원에 선물세트를 구성할 수 있지만, 한우는 어렵다는 게 유통업계 설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우는 가격을 맞추려면 싼 부위를 많이 넣어야 하는데 선물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등심의 경우 선물세트를 구성하려면 20만원은 넘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협회는 한우는 기준금액을 따로 정하지 않거나 아예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견해다. 아니면 적용 기간을 유예한 뒤 재검토하자는 태도다.

    ◇금액기준 정해지면 추후 물가상승률 등 고려 없이 고정돼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앞으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금액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연구용역 등을 거쳐 금액기준을 정했지만, 근거자료가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 설명으로는 권익위가 애초 식사 금액기준을 3만원으로 정한 것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따랐기 때문이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금품 등을 수수하는 행위를 제한하되, 다만 직무 수행상 부득이하게 제공되는 3만원 이내의 간소한 식사나 교통·통신 등의 편의는 허용하고 있다.

    이 근거를 문제 삼는 측에서는 행동강령의 기준이 2003년 만들어진 이후 그대로라고 지적한다. 행동강령 시행 이후 소비자 물가는 41%, 농축산물 물가는 56% 각각 상승했으나 금액기준은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