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 확정… 동물용도 관리 강화
  • ▲ 항생제 내성 대책 발표.ⓒ연합뉴스
    ▲ 항생제 내성 대책 발표.ⓒ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감기에 처방하는 항생제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수의사 처방이 필요한 동물용 항생제 품목은 2배로 늘려 관리를 강화한다.

    정부는 11일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86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확정했다.

    ◇"항생제 내성으로 2050년 1000만명 사망할 수도"

    항생제는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이다. 하지만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은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과 유사한 파급력을 지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지난 5월 영국 정부가 발간한 짐 오닐(Jim O'Neill) 보고서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2050년에 세계적으로 내성균으로 말미암은 사망자 수가 연간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3초마다 1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 820만명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에 따른 누적 경제적 비용은 100조 달러에 달한다.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31.7DDD(1000명 중 매일 항생제를 처방받는 환자 수)로 산출기준이 유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12개국 평균 23.7DDD보다 높다.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의 항생제 처방률은 2002년 73.3%에서 지난해 44.0%로 감소했지만, 최근 4년간 44~45%로 정체되고 있다.

    항생제 내성률도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사람의 장내에 서식하는 장알균의 반코마이신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항생제 투여 때 살아남는 세균의 백분율)의 경우 한국은 2014년 현재 36.5%로 영국(21.3%), 독일(9.1%), 프랑스(0.5%)보다 높다. 닭의 대장균 플로르퀴놀론계 내성률은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이 79.7%, 덴마크(6%), 일본(5.4%)보다 매우 높다.

    ◇항생제 처방률 따라 의료기관 지원 차등… 환자 이동 때 감시체계 강화

    정부는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우선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찰료 중 외래관리료를 1% 가·감산하는 것을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3%로 확대한다.

    항생제 사용이 많은 수술에 대해 시행하는 항생제 평가도 내년에 수술 대상을 2개 추가한다.

    항생제 처방이 많은 감기 등 상·하기도 질환에 대해선 항생제 사용지침을 우선 개발한다. 항생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항생제 처방 정보를 제공하고, 진료용 프로그램(OCS)과 연동해 활용할 방침이다.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 병원을 확대하고,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의료기관 인증평가 기준에 인력 확충 현황을 반영한다. 전문 학회가 주관하는 감염관리인력 인정제도를 도입하고, 감염 전문의 부족에 대처하고자 감염관리의사를 한시적으로 양성한다. 감염전문인력이 의료기관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건강보험 수가 보상 방안도 마련한다.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을 막고자 진료 환경도 개선한다. 의료기관 신·증축 때 다인실을 4인실 위주로 제한하고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은 음압격리병상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시설기준을 강화한다.

    의료기구 세척·소독·멸균과 세탁물 관리를 강화하고 의료기관 내 폐의약품, 의료폐기물 처리 지침 준수 여부도 점검한다. 환자가 의료기관을 옮길 때 내성균 보유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도 마련한다.

    농축수산 분야에서는 축산시설을 현대화하고 농장단계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해썹) 때 항생제 사용기준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수산물은 수산방역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 운영한다.

    표본감시 내성균 6종 중 아직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거나 토착화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반코마이신 내성 항색포도알균(VRSA)과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CRE)에 대해선 전수감시를 통해 조기 발견과 신속 대응에 나선다. 지난달 말 가입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GLASS)를 통해 최신 정보도 공유한다. 사람-동물-환경 간 내성균 전파경로를 파악하고자 기존 임상감시체계에 농축수산, 식품, 환경 분야 감시를 연계한다. 국가 표준실험실을 구축해 내성균 검사법을 표준화하고, 축산물 중 식육과 식용란에 대해 시행하는 국가 잔류검사 프로그램은 원유(原乳)와 수산물로 확대한다.

    항생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항생제 바로쓰기 운동본부'를 출범해 캠페인을 펼친다. 의사·수의사 양성·보수교육 때 항생제 내성 관련 내용을 필수교육으로 지정한다.

    또한 정부는 범부처 추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감염병관리위원회 산하에 항생제 내성 전문위원회를 설치한다. 웹 기반의 항생제 포털 시스템도 구축해 부처 간 연구용역과 사업결과를 공유한다.

    정부는 이런 대책을 통해 2020년까지 인체에 대한 항생제 사용량을 20%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절반 수준으로, 호흡기계 질환 항생제 처방률은 20%를 각각 줄인다는 방침이다. 황색포도알균의 메티실린 내성률도 20% 낮춘다.
    동물에 대해선 수의사 처방이 필요한 항생제 품목을 현재 20종에서 40종으로 2배 늘린다. 닭의 대장균 플로르퀴놀론계 내성률은 10% 낮출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부처가 협업해 세부 행동계획을 세우고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대책의 실효성을 높여나가겠다"며 "내년에 시급히 확보해야 하는 예산은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재정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