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감, 억대 금품비리 혐의...피의자 신분 고강도 조사인천시, 실무협상 요청...교육청 “검토 필요, 시간 달라”
  • ▲ 인천시청 전경. ⓒ 사진 연합뉴스
    ▲ 인천시청 전경. ⓒ 사진 연합뉴스

    인천시가, 현 시청사 바로 옆 시교육청 부지에, 지상 24층 규모의 신청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도, 사업 추진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는 ‘시교육청 이전 실무협상’을 시작도 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달 14일, 1년이 넘는 외부 연구용역과 검토과정을 거친 끝에, 시청사 옆에 위치한 시교육청을 서구 루원시티로 옮기고, 그 자리에 24층 규모의 신청사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는 시교육청에 청사 이전을 위한 실무진 차원의 협의를 요청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금품비리 추문에 연루된 시교육감이 검찰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시의 신청사 건립 계획은 기존 교육청 터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청이 이전하지 않는다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는 교육청 이전을 위한 협의를 빠른 시일 안에 매듭 짓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교육청의 반응은 모호하다. 시교육청은 일단 교육청 이전이란 대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교육청을 옥죄고 있는 모습이다.

교육청 주변에서는 “인천교육의 수장이 금품비리 혐의로, 검찰로부터 고강도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청 청사 이전과 같은 신규 과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있겠느냐”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금품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교육감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하고,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교육청이 청사 이전 문제와 관련해, 움츠린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신청사 건립의 첫 단추나 다름없는 교육청 청사 이전이,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계기로 꼬이면서, 인천시도 난감해 하고 있다.

현재 구월동 시청사는 준공한지 30년이 지나, 청사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건물이 낡은 것도 문제지만 공간이 비좁아 시 본청 직원의 20%인 370여명이 송도미추홀타워와 G타워 등에서 분산 근무를 하고 있다.

시는 공간 부족에 따른 시청 조직의 분산 배치가 업무효율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지난해 3월 인천발전연구원에 신청사 이전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연구를 진행한 인천발전연구원은 구월동 현 청사 부지, 서구 루원시티, 남구 도화지구, 부평공원 부지, 송도국제도시 등 다섯 곳의 후보지 가운데 업무효율성, 접근편의성, 미래발전성, 사회적 비용 등 모든 항목에서 현 구월동 부지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신청사 건립 사업비는 4,179억원으로, 시는 인재개발원 부지 등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는 신청사가 완공되면, 기존 본청 건물은 시민을 위한 문화시설로 이용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신청사 터가 구월동 교육청 부지로 결정되면서, 시 청사 이전을 강력히 희망했던 서구 및 남구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는 등 지역 간 갈등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는 서구 및 남구 주민 반발을 감안해 서구 루원시티에 교육행정타운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시교육청과 인천발전연구원, 인재개발원 등 공공기관이 입주한다. 남구 도화지구에는 산업집적지구와 중앙행정타운을 만들어, 산업단지와 연구소, 교육기관, 행정기관 등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교육청과의 실무협의와 관련해, 교육청이 입장을 하루 빨리 정리해 협의에 나서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청사 건립에 대한 지난달 발표 내용을 검토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 교육청의 기본 입장인 것으로 안다. 시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실무협의를 진행하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청이 루원시티로의 이전에 부정적 견해를 밝히거나, 다른 제3의 의견을 낸다면, 신청사 건립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아직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청사 이전을 위한 실무협의 지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시가 신청사 건립을 위해 오랫동안 검토를 한 것처럼, 교육청 청사 이전 역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