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단기처방 중심… "물류대란 오래 안 갈 것" 전망
  • ▲ 한진해운.ⓒ연합뉴스
    ▲ 한진해운.ⓒ연합뉴스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위기에 몰린 가운데 정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운송계획을 마련했다. 최악의 경우 한진해운이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건부 자율협약 기간이 다음 달 4일 끝나기 때문이다.

    2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두세 달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100여척의 한진해운 소속 선박과 선원이 억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빌린 배는 선주들이 가져가고 한진해운 소유 배도 화물 등이 담보로 잡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화주는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할 수 없게 돼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즉시 한국선주협회를 비롯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국내 해운업체가 참여하는 비상대응팀을 가동하고 단기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단기대책은 화물 운송을 위한 대체 선박 연결, 부산항 환적화물 이탈을 막기 위한 마케팅(인센티브) 지원, 중소 업체를 위한 금융지원 등으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다.

    대응팀은 대체 선박 연결을 위해 선주협회와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화주들이 다른 해운사와 계약을 맺고 화물을 운송하기까지 최소 2개월쯤이 걸릴 것으로 본다. 일부 물량은 현대상선이 떠안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현대상선이 추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단기처방으로 외국에서 배를 빌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추가 물량을 고려해 배를 건조한 뒤 교체해나가는 방법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신조는 정부의 선박 신조 펀드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상선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다음 달 초 새 사령탑을 선임하면 정부의 선박 신조 펀드 지원을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화주들에게도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상기해 국적 선사 이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려 자칫 현대상선마저 위기를 겪을 경우 가격 안정을 위한 안전핀을 잃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적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국내 물동량의 60% 이상을 처리해왔다.

    부산항을 이용하는 환적 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시장 이탈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처리물량 1946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가운데 환적 물량은 52%인 1011만TEU에 달했다. 이 중 한진해운 선박이 환적한 물량은 105만TEU로 전체 환적량의 10.4%를 차지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가입한 국제해운동맹(CKYHE)에서도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CKYHE 소속 해운사는 부산항 대신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으로 가 옮겨실을 가능성이 크다. CKYHE가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량은 292만TEU쯤이다. 비상운송계획에는 부산항을 이용하는 외국 해운사에 환적비용을 할인하는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비상계획에는 수출길이 막혀 어려움을 겪을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도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물동량보다 선박이 과잉공급된 상태로 세계적으로 배는 남아도는 상황"이라며 "두 달쯤 지나면 외국 선사가 국내 기업의 물량을 받기 위해 들어올 것이므로 물류대란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