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재수 장관 그림자 취급… 업무보고는 차관보·답변은 차관더민주 "'식물장관' 자진 사퇴해야" 압박… 김 장관 "국무위원 역할 하겠다" 거부
  •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김재수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나 나올 법한 질문이 나왔다. 김 장관은 해명했고 이게 이날 국감에서 한 첫 번째 공식 답변으로 기록됐다.

    여당이 국감을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야당은 김 장관을 외면하고 무시한 채 질문을 차관에게 했다. 통상적으로 업무보고에 앞서 수감기관의 장으로부터 인사말을 듣지만, 이마저도 생략됐다.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로 농식품부가 정국 경색의 진원지가 돼버린 상황에서 야당 의원은 쌀값 폭락 대책 등을 주로 물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식품부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김 장관은 증인선서 이후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로 전락했다. 국정감사장에 참석은 했으나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김 장관은 국감 시작시각인 오전 10시에 맞춰 국감장에 모습을 보였다. 자리에 앉은 김 장관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류를 살폈다. 가끔 이준원 차관, 김현수 기획조정실장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8분 뒤 국감장에 들어왔다. 의원들은 장·차관과 짧게 악수한 후 각자 자리에 앉았다. 국감은 10시11분 김영춘(더불어민주당) 위원장의 발언으로 개회했다.

    증인선서 시간이 되자 김 장관을 겨냥한 야당 의원의 작심발언이 이어졌다. 이개호 더민주 간사는 증인선서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으로 "여당의 유례 없는 불참에 유감을 표한다"며 "국감은 국회의원의 임무이자 도리인 만큼 (여당은)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어 "김 장관이 증인으로 나와 유감"이라고 운을 뗀 뒤 "쌀값 대란이 몰아치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을 못 내놓고 있고 어려움을 헤쳐나갈지 걱정이다. (농정의 수장인) 김 장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오늘) 질의는 차관에게 할테니 성실하게 답변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황주홍 의원은 여당의 불참에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조속히 (상임위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민 더민주 의원은 김 장관을 향해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김 의원은 "지난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만큼 대통령이 해임하지 않고 장관직을 부여한다 해도 (김 장관은) 자격이 없으므로 자진해서 사퇴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와 격앙된 농민이 국무위원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므로 형식적으로 장관재임이 이어지더라도 사실상 '식물장관'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쌀 수입 반대집회에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씨가 지난 25일 숨졌지만, 김 장관은 백씨에 대한 의견 표명조차 없었다"며 "농정 수장으로서 비보를 접했다면 공개적으로 안타까움을 표했어야 옳지만, 김 장관은 대통령 눈치를 살피고 정권 코드 맞추기에 급급해하는 등 국무위원 자격·자질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김 위원장은 증인선서와 관련해 "(김 장관이 대표로 증인선서를 하는 게) 적합한지 의문이 있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불수용해 법률적으로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선사는 김 장관이 한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증인선서 후 선서문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업무보고에 앞서 "통상적으로 업무보고에 앞서 기관장 인사를 듣지만, 오늘은 생략하겠다"고 김 장관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업무보고는 오경태 차관보가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상대에게 신뢰를 준다는 푸른색 계열 넥타이를 매고 장관 자리에 앉았지만, 답변 기회를 얻지 못했다.

  •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장관의 첫 답변은 뜬금없는 곳에서 나왔다. 더민주 김한정 의원은 오후에 속개된 국감에서 김 장관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시절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 회삿돈으로 기부한 배경을 따져 물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김 장관은 2012~2016년 회삿돈 총 587만여원을 자신이 장로로 있는 특정 교회에 기부했다. 김 의원은 "김 장관이 다니는 교회가 소외계층도 아니고 법인 차원에서 한 사회활동이라지만, (사장으로 재임하던 때) 이전에는 기부가 없었다"고 질책했다. 이에 김 장관은 "aT가 종교단체 포함 180개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고 있는데 해당 기부는 개인적으로도 하고 법인 차원에서 사회활동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T는 이날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aT 사장의 개인 헌금이 아닌 법인 명의의 기부금품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교회에서 기부금 지원 요청이 있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지원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장관 때문에 국정이 중단 상태이고 대통령에게도 짐이 되고 있다"며 "의혹받은 사람이 대한민국 국정을 당당하게 이끌어갈 수 있느냐"고 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농식품부 현안을 이끌어가도록 하겠다"며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인사청문회에서 다룰 법한 질문이 국감장에서 나왔고 이에 대한 해명이 김 장관의 국감 첫 답변이었다.

    의원들은 쌀값 폭락 대책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김한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식량자급률 제고를 통해 식량안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농업진흥지역 10만㏊ 전용 등 정부의 쌀수급관리 총체적 실패로 쌀값이 13만원 대로 폭락해 농심이 타들어 가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미국산 쌀 6만톤 수입을 위한 입찰을 시행하는 것은 명백한 농업공약 불이행"이라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또한 소 브루셀라병 예방, 가축전염병 매몰지 관리,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대책, 농식품 수출 정책 등의 현안에 관해서도 물었다.

    답변은 이준원 차관이 했다. 이 차관이 답변을 김 장관에게 넘기려 하면 질의한 의원이 격앙된 목소리로 이를 제지하는 상황도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