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개발원 "국내 사선 45% 벌크선, 대체 시급"
  • ▲ 삼성중공업 조선소.ⓒ연합뉴스
    ▲ 삼성중공업 조선소.ⓒ연합뉴스

    정부의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부처 간 엇박자로 반쪽 상생에 그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사의 선박 교체를 지원하면서 국내 조선소에 일감을 주어 수주 절벽을 타개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벌크선 등으로 확대한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업부문을 축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23일 해수부에 따르면 정부는 해운산업 육성을 위해 국내 선사의 경쟁력 있는 고효율 선박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선박 신조 지원프로그램'(선박신조펀드) 규모를 애초 12억 달러에서 24억 달러(2조6000억원쯤)로 2배 늘리기로 했다. 지원 대상도 초대형·고효율 컨테이너선 위주에서 벌크선, 유조선으로 확대했다.

    이런 내용은 지난달 말 열린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정부는 선박 신조 물량을 국내 조선소에 발주해 조선업의 단기 수주 절벽에 대응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구체적으로 2020년까지 선박신조펀드 등을 활용해 11조원 규모의 공공선박을 조기 발주할 방침이다. 2018년까지 7조5000억원 규모의 군함과 경비정 등 공공선박 63척 이상을 조기 발주하고, 2020년까지 선박신조펀드(2조6000억원)와 에코쉽(친환경 선박·1조원), 여객선 현대화펀드(1000억원) 등 3조7000억원의 자금을 활용해 75척 규모의 발주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산업부는 세부 추진전략에서 해수부의 선박신조펀드 지원 대상 확대와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 부처 간 칸막이가 여전하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산업부는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평가에서 대형·고급상선은 우위에 있지만, 벌크선과 중소형 유조선 등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경쟁력 우위 부문에 집중 지원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게 산업부의 방침이다. 집중 투자로 컨테이너선, LNG, 유조선 등 대형 선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재 65%에서 75%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벌크선과 중소형 유조선 등은 중국 등과의 원가경쟁력에서 밀린다고 보고 사업부문을 축소한다는 전략이다. 산업부는 지난 8월 현재 국내 중소 조선사의 수주잔량은 121척으로, 2018년 상반기에는 물량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00년 이후 벌크선을 거의 건조하지 않았다"며 "대형 조선사는 (벌크선이) 부가가치가 낮다"고 말했다.

    중소 조선사인 성동조선 관계자는 "현재 건조 중인 물량은 2013~2014년 발주한 것으로, 지난해부터 일감이 없는 상황"이라며 "벌크선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도 (수주물량이) 많이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소 조선사에 일감을 주려면 물량을 추가로 발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산업부 전략은 발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해수부의 선박신조펀드 활용 폭 확대와 배치되는 대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관계자는 "국내 운항 선박 1300여척 중 사선(선사 소유 선박) 900여척을 조사해보니 45%쯤이 건화물 벌크선이고 이 가운데 30%쯤은 에너지 등급이 낮아 대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가 해운·조선업 공생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면서 대형 선박 위주로 지원하고 벌크선 쪽 사업부문은 축소한다면 반쪽 공생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부는 벌크선, 중소형유조선 부문이 원가경쟁력에서 밀려 경쟁력이 없다지만, 일본만 해도 중소형 선박을 꾸준히 짓는다"며 "수지타산의 문제가 아니다. 선형 설계 표준화, 자동화 등을 통해 맞춤형으로 특화하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