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인 장관-항공사 CEO 회의 나흘만에 또 시끌
  • ▲ 항공안전점검회의.ⓒ연합뉴스
    ▲ 항공안전점검회의.ⓒ연합뉴스

    항공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안전을 직접 챙기라며 경고했던 국토교통부가 최근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친 기내 난동 사건으로 체면을 구겼다.

    국토부 장관이 직접 나서 단속에 나섰지만, 일주일도 안 돼 기내 난동이 벌어지면서 국토부령이 안 서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제기된다.

    22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내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9개 국적항공사 CEO와 안전담당 임원이 참석하는 항공안전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달 들어 비정상적인 운항 상황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항공기 안전에 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 5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연기감지장치가 작동해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지역에 비상착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해 모두 197명이 타고 있었다. 항공사 측은 일단 장치 오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인천공항에서 미국 뉴욕으로 가려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이 타기 전 부기장 2명이 기내에서 드잡이 싸움을 벌여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여객기는 출발이 40여분이나 늦어졌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동조합이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22일부터 파업을 예고한 상태였다.

    강 장관은 이날 점검회의에서 "연말연시 항공 수요가 많아 항공안전관리가 절실하다"며 "CEO가 안전을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 장관이 CEO를 긴급소집해 직접 챙긴 항공안전 단속은 일주일도 안 돼 헛구호로 전락했다.

    지난 20일 오후 4시20분께(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여객기 KE480편에서 술 취한 승객의 난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이날 프레스티지석에서 승객 A(34)씨가 술을 마신 뒤 옆자리 승객과 승무원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침을 뱉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는 팝 발라드 가수 리처드 막스(53)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졌다. 기내 난동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올리며 전 세계로 퍼진 상태다.

    설상가상 막스는 SNS를 통해 승무원들이 난동 승객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미숙함을 보였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대한항공은 규정대로 대응했다고 해명했으나 국적항공사 이미지에는 생채기가 남게 됐다.

    더욱이 A씨는 지난 9월에도 대한항공 기내에서 승무원을 밀치고 소란을 피워 검찰에 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기내 난동 전력이 있는 승객에 대한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개된 범죄 사실이 아닌 이상 (승객의 난동 전력을) 승무원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항공사의 승객관리와 관련한 사안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내 난동이 벌어진 시기에 주목한다. CEO가 긴급소집회의에 불려가 안전을 직접 챙기라는 장관의 주문을 받은 지 나흘 만에 막을 수도 있었던 사건이 발생한 것은 항공사의 안전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보여준다는 견해다.

    CEO까지 불러 안전을 강조했던 국토부로선 점검회의가 자칫 전시행정으로 비칠 수 있어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점검회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 유감"이라며 "CEO들이 (장관 당부 말씀을) 흘려들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기내 난동 상황이) 여승무원밖에 없다 보니 대처가 미흡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