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1년째 완판 '스타벅스 럭키백'… '정유년 대란'은 없었다

'2017 스타벅스 럭키백'이 12일 오전 7시 판매를 시작한지 4시간 40분 만에 전국 매장에서 품절되며 11년째 완판 신화를 이어갔다. 매장 오픈 전 꼭두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지고 럭키백을 구하기 위한 치열한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마니아를 중심으로 여전한 저력을 과시했다.

영하 2도의 추운 날씨에 해도 뜨지 않은 12일 오전 6시 30분경. 스타벅스 국회의사당역점 앞에는 서너명의 사람들이 '2017 스타벅스 럭키백'을 구매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며 매장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직장인 장세훈 씨(39세)는 "아내가 스타벅스를 좋아해서 부탁을 받고 서둘러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다"면서 "매년 경쟁이 치열해 줄을 길게 선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럭키백을 샀는데 원숭이의 해라서 원숭이 기념품이 들어있었고 올해는 붉은 닭의 해라서 붉은 닭 캐릭터 상품이 들어있어 한 해 기념이 될 것 같다"며 "5만5000원이 싼 가격은 아니지만 럭키백에 들어있는 제품이 총 10만원이 넘기 때문에 그렇게 비싸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모닝커피를 사러 왔다가 럭키백 행사 소식을 듣고 줄을 섰다는 직장인 박희진 씨(가명, 32세)는 "럭키백 이야기를 매년 듣기는 했지만 직접 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어떤 제품이 들어있을지 너무 궁금하고 내가 고른 박스에는 대박 제품이 들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설렘을 내비쳤다.

스타벅스 국회의사당역점에는 총 16개의 럭키백이 입고 돼 있었고 7시 오픈 후 1시간 동안 약 4개의 박스가 판매됐다. 소비자들은 럭키백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여러 박스들을 들어보며 무게를 가늠하며 고르기 바빴다. 그러나 기대했던 조기 품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스타벅스 국회의사당역점 매니저는 "예전에는 줄을 길게 서고 문을 열자마자 거의 다 팔려나갔지만 올해는 럭키백에 대한 고객 문의도 많지 않았고 다 판매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도 "오늘 오전 안에는 다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사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스타벅스 여의도호성점은 오전 8시경 준비된 물량의 절반 이상이 팔려 나갔다.

매년 스타벅스 럭키백을 구매해왔다고 밝힌 직장인 서미수 씨(가명, 37세)는 "재고 상품이기는 하지만 텀블러와 머그, 음료 쿠폰 3장이 들어있고 올해는 럭키백 전용 상품도 들어있다고 하니 더 기대가 된다"면서 "마음에 안드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으니 앞으로도 매년 럭키백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경, 럭키백 판매를 진행한 전국 스타벅스 930개 매장에서는 준비된 물량 1만2000개 중 80%인 9600여개가 판매됐고 10시경에는 판매율이 93%를 넘어섰다.

오전 11시 40분을 기점으로 2017 스타벅스 럭키백이 모두 판매됐다. 매장당 평균 10~12개 가량의 럭키백이 배분된 점을 감안하면 전국 매장에서 고른 판매율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는 오전 7시부터 '2017 스타벅스 럭키백' 구매 후기와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온라인 종고거래 카페에도 이미 '2017 스타벅스 럭키백' 판매글이 여러 건 게시되는 등 여전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지난 2007년부터 시작한 '럭키백' 프로모션은 일정 금액의 박스 안에 다양한 구성품을 랜덤으로 넣어 고객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스타벅스의 연례 행사가 됐다. 한국과 일본 스타벅스만 럭키백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벅스는 행사 첫 해인 2007년 전국 200여개 매장에서 2만8000원으로 구성된 럭키백 3000개를 준비해 조기 소진되자 그 후 매년 럭키백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럭키백 수를 1만5000개로 늘렸지만 판매 3시간만에 완판되는 등 10년 넘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럭키백이 '재고떨이'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스타벅스 럭키백에는 복주머니 파우치, 머그 리드, 워터 보틀 등 전용 상품 3종과 스테인레스 스틸 텀블러 2개, 플라스틱 텀블러나 워터보틀, 머그 중 1개, 무료 음료권 3장이 포함 돼 있다. 1만2000개 중 1000개 럭키백에는 무료 음료권 4장이 추가로 들어있다.

5만5000원에 판매되는 럭키백에 들어있는 상품 가격 총합은 약 10만원이다. 럭키백 가격의 2배 수준이지만 일부 고객들은 "마음에 안드는 재고상품만 떠안은 기분"이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스타벅스는 2015년부터는 럭키백 전용 상품을 포함시키고 올해 럭키백 수를 지난해보다 3000개 줄이는 등 자구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럭키백은 전용 박스와 전용 제품을 제작할 뿐만 아니라 럭키백용으로 선별한 MD 제품을 골고루 넣고 음료 쿠폰 3종까지 포함돼 있다"면서 "수익을 내거나 제품 재고를 정리한다는 의미보다 고객들에게 한 해 동안 감사한 마음을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은 고객 사은 행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전세계 스타벅스 중 유일하게 디자인팀을 갖춘 나라로서 다양한 MD 상품을 매 시즌마다 선보이고 있고 럭키백에 대한 고객 반응도 좋아서 매년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라면서 "제품 수량이나 구성 등은 해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