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인양 성공 후 잠수사 육안 점검에도 좌현 선미 램프 열고 인양반잠수선 대기장소, 본인양 착수 후·작업 이틀 앞두고 급변경미수습자 가족 선상 종교의식도 차관·추진단장 딴소리
  • ▲ 수면 위로 나온 세월호.ⓒ공동취재단
    ▲ 수면 위로 나온 세월호.ⓒ공동취재단

    해양수산부와 인양팀이 세월호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며 치밀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눈총을 사고 있다.

    세월호 인양 도중 확인된 좌측 선미(고물)의 램프(자동차 등이 드나들 수 있게 하는 선박 구조물) 열림만 해도 본인양 전에 꼼꼼히 살폈다면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부분이어서 결과적으로 인양 시간만 허비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4일 해수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45분께 세월호 좌측 선미의 램프 제거작업을 마쳤다.

    인양팀은 전날 오후 5시까지 세월호 선체를 해수면에서 8.5m까지 끌어올렸지만, 떠오르며 자세를 바꾼 세월호가 선체를 인양하는 잭킹바지선에 근접하면서 인양줄(와이어)에 닿는 간섭현상이 발생해 오후 8시까지 작업을 진척하지 못했다.

    인양팀은 간섭현상을 해결하려고 선체 밖으로 돌출한 환풍구 등 장애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잠수사가 좌현 선미의 램프가 열린 것으로 확인했다. 오후 6시30분께다.

    이후 인양팀은 반잠수식 운반선에 세월호를 실으려면 램프 절단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8시부터 잠수사를 투입해 용접으로 램프 경첩 부위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뜻하지 않게 발견된 램프 제거 작업에만 12시간 이상을 보낸 셈이다.

    해수부는 세월호가 좌현으로 침몰하면서 받은 충격으로 램프 잠금장치가 파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선미 램프가 언제부터 열려 있었는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해수부는 세월호가 좌현으로 기울어 침몰하며 해저면과 맞닿아 있어 선미 램프의 파손 여부와 열린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수부와 인양팀은 지난 22일 세월호를 1m쯤 들어 올린 시험인양 이후 본인양에 앞서 잠수사를 투입해 맨눈으로 세월호 상태를 점검했었다.

    해수부가 애초 예고했던 일정보다 공정이 지연되면서 점검을 허투루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해수부는 이날 오전 10시 시험인양에 착수해 늦어도 오후 1시께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고 공지했지만, 기상 여건에 따른 사전 준비작업에 시간이 걸리면서 오후 3시30분이 돼서야 시험인양에 성공했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험인양 후 잠수사가 물속에서 리프팅빔 상태를 점검했지만, 선미 쪽 마지막 빔에서 2.5m 떨어진 램프는 확인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세월호인양추진단 관계자는 "해저면이 개흙이어서 물이 탁하다 보니 물속 시야가 30㎝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육안 점검은 여러 명의 잠수사가 손으로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윤 차관은 미수습자 유실 우려에 대해 "다행히 세월호가 (인양될 때) 수평을 유지했고 램프가 열린 부분을 선체 내 컨테이너들이 막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수부 추정대로 세월호가 침몰하며 좌현 쪽에 충격이 가해졌던 만큼 본인양에 앞서 리프팅빔뿐만 아니라 좌현 쪽 선체 상태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 세월호 현장 위치도.ⓒ해양수산부
    ▲ 세월호 현장 위치도.ⓒ해양수산부

    해수부와 인양팀의 사전준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은 22일 갑자기 바뀐 반잠수선 대기 위치에서도 제기된다.

    이철주 추진단장은 이날 진도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반잠수선이 애초 계획된 세월호 침몰현장 북동쪽 1㎞ 지점에서 동남쪽 3㎞ 지점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공정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2㎞ 더 먼 곳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는 본인양에 착수한 22일 관계 전문가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해수부는 23일까지도 취재진에 반잠수선이 1해상마일(1.8㎞) 떨어진 곳에 있다고 설명했었다.

    윤 차관과 추진단 관계자는 "세계 최대 해상중량구조물 전문운반사인 네덜란드 도크와이즈가 지난 16일 북동쪽 지점(동거차도 주변)에 도착해서 여러 상황을 종합판단한 결과 동남쪽이 안전지대(조류가 양호한 지역)로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추진단 설명으로는 지금까지 줄곧 안전지대로 거론됐던 북동쪽이 도크와이즈가 선택한 동남쪽보다 물살이 사나운 맹골수도와 상대적으로 가깝다.

    윤 차관은 "애초 북동쪽 안전지대는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가 판단한 곳"이라고 말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설마 맹골수도 주변에 안전지대를 잡았겠느냐"며 "상하이보다 전문업체가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장소를 선정한 거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해수부는 앞서 미수습자 가족을 위한 추모의식을 놓고도 우왕좌왕했다.

    윤 차관은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가 반잠수선에 고정되면 미수습자 가족이 반잠수선에 오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미수습자를 위한 종교행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를 지척에 두고 간략한 추모의식을 치를 수 있게 하겠다는 배려다.

    그러나 추진단은 이날 진도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반잠수선의 배수 과정에 약간 시간이 있어 미수습자 가족의 승선을 검토했으나 기름 유출이 많아져 배 위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안전을 고려해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종청사에 설치한 선체인양상황실과 진도 현장 간에 같은 상황을 두고 엇박자를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