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번째 시신 수습 후 883일만… 유전자 분석에 2~3주 소요
  • ▲ 반잠수선 갑판 위 유해 발견 위치.ⓒ해수부
    ▲ 반잠수선 갑판 위 유해 발견 위치.ⓒ해수부

    세월호에서 바닷물을 빼는 과정에서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

    유골은 선수(이물)부 객실이 있는 A갑판의 창문 등을 통해 선체 밖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유골이 유실방지망 사이를 뚫고 배출된 것으로 판단되면서 정부의 유실방지망 설치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4~18㎝ 유골 6개 반잠수선 갑판 위로 떨어져

    해양수산부는 28일 오전 11시25분께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운반선의 갑판 위에서 현장 근무 인력이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신발 등 유류품 일부도 함께 발견됐다.

    발견된 유골은 총 6개다. 크기는 4~18㎝이다.

    해수부는 발견된 유골이 한 명의 것인지, 여러 명의 것인지에 대해선 단정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발견된 위치는 선수부 인양용 받침대(리프팅빔)를 받치고 있는 반목 밑으로, 조타실 아랫부분의 리프팅빔 주변이다.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이날 진도군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발견 위치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A갑판 쪽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선수부 개구부나 창문을 통해 배출된 개흙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월호 선체 아래 반목이 있는 구역은 접근금지선을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해수부는 해경 등에 유해발견 상황을 전파했고,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과 경찰 등이 급파돼 신원확인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 추진단장은 "유전자 검사 등은 국과수 등 관련 기관과 협조해 진행할 것"이라며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2~3주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부연했다.

    유해는 목포 한국병원으로 옮겨질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미수습자는 총 9명이다. 2014년 10월28일 세월호 4층 중앙 여자화장실에서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시신을 295번째로 수습한 게 마지막으로, 그동안 한 명도 추가로 찾지 못했다.

  • ▲ 세월호.ⓒ연합뉴스
    ▲ 세월호.ⓒ연합뉴스

    ◇유실방지망 '구멍' 논란 잇달아

    최대 크기 18㎝의 미수습자로 보이는 유골이 개흙과 함께 선체 밖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정부의 유실방지 대책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이하 상하이)는 해수부와 계약을 맺고서 2015년 9월16일부터 유실방지망을 재설치했다.

    상하이가 교체한 유실방지망은 가로x세로 2.5㎝ 간격의 격자홀로 짜졌다. 설치장소는 세월호 선체의 창문 253개, 출입문 42개 등 총 295개의 접근 가능한 개구부였다.

    그러나 이날 바닷물을 빼는 과정에서 창문 등 개구부를 통해 배출된 개흙에서 유골이 발견됨에 따라 2.5㎝ 간격이 촘촘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세월호가 3년 가까이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 보니 유해가 잘게 와해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의견이 일찌감치 제기돼왔다는 점이다.

    국과수 한 법의학 전문가는 "변수가 많지만, 그동안 바닷속 세균이 유기물을 분해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미수습자 시신은) 오래전에 200여개 뼈로 와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수습자가 밀폐된 격실 등에 갇혀 있다면 모르지만, (개방된 곳에 있고 조류가 세다면) 잘게 쪼개진 유해가 조류 흐름에 따라 떠다닐 수 있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적절한 유실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수습자 유해 유실방지를 위해 적어도 방지망 간격이 1㎝ 이하로 촘촘하게 짜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정부의 유실방지망 대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은 2014년 세월호 수색종료 당시 해경과 소방방재청이 여객실 창·문 62곳에 설치했던 유실방지망이 실상은 '밧줄'을 걸어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해수부는 2015년 9월 세월호 인양을 위한 잔존유 회수와 미수습자 유실방지망 설치 작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하면서 해경 등이 설치했던 유실방지망이 일부 떨어져 나갔다고 밝혔다.

    당시 해수부는 유실방지망이 실상은 두께 1.5~2㎝의 밧줄을 창·문 등의 네 모서리에 엑스(X)자 형태로 걸어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틈새가 생길 수밖에 없는 형태인 데다 일부는 떨어져 나가 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맹골수도의 강한 조류에 상하이가 유실방지망을 재설치할 때까지 1년여간 방치됐던 셈이다.

    당시 연영진 해수부 세월호 선체인양추진단장은 미수습자 유실 가능성에 대해 즉답을 피했었다.

    연 추진단장은 애초 유실방지 대책으로 철망을 설치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인양 목적이 미수습자 수습이었다"면서 "앞으로를 더 중요하게 보며 상하이가 앞으로 설치하는 유실방지망은 유실이 이뤄질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유골 6개가 유실방지망을 빠져나옴에 따라 유실방지망 간격의 적절성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 지점을 중심으로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로 둘러친 유실방지 울타리도 간격이 2㎝여서 미수습자 유해 유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