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노조 회계공시 거부 … 기아차 "민주당에 주4.5일제 법제화 요구"노조 무리한 요구 이어져 … 노사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 넣기도日도요타 작년 영업익 5조엔 돌파 … 경영 어려울 때 임금동결하는 노조 상생문화 한몫
  • ▲ 1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조합원들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1노조의 노조 가입 경위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1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조합원들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1노조의 노조 가입 경위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이 최근 노조 회계공시를 거부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지부가 주 4.5일 근무와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골자로 한 단체교섭 요구안을 사측에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고용노동부는 3~4월 노조회계 결산 결과 등록 기간에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노조와 산하조직 736개소 중 89.6%(614개소)가 공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노조 회계공시' 제도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10월 도입한 것으로,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노조가 회계 공시에 참여해야만 조합원이 낸 조합비의 15%를 세액 공제 해준다.

    금속노조는 현대·기아차 지부 등을 비롯해 올해 회계공시에 참여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지난 2월 회계 공시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 수단"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회계 공시 제도가 노조 운영의 투명성을 위한 제도지만, 참여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회계 투명성은 외면하는 현대·기아차 지부가 낮은 생산성에도 지난 8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주 4.5일 근무(금요일 4시간 근무)을 사측에 과하게 요구하고 있어 지탄을 받고 있다.

    올 1분기 세계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감소한 기업은 미국 테슬라(-2.4%)와 현대차·기아(-0.8%)뿐이다.

    그러나 기아차 노조는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에게 '주4.5일 법제화 제안 건' 공문을 보내며 "올해 임단협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회사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이른 시일 내 주 4.5일제 법제화와 관련해 당 대표와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현재까지 국내 일부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빼면 제조 대기업 중에서 4.5일제를 도입한 경우는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매달 한 번 금요일에 쉴 수 있지만, 하루 평균 8시간 근무는 지켜야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 4.5일과 관련해 "노조와 회사 간에 근로환경이나 회사 사정을 고려해 협의해야 할 문제이지, 법제화 해야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주 4.5일을 하면 생산성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금속노조는 성과급으로 2023년도 순익의 30%도 요구하고 있다. 앞선 6일 현대차 노조는 노조 간부 607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47%가 성과급으로 4000만원 이상이 적절하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아차 노조의 경우 전년 영업 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난해 요청한 바 있다. 2022년 기아의 영업 이익은 7조2331억원으로 영업이익의 30%는 2조1699억원이다. 인당 성과급으로 평균 약 6000만원을 요구한 셈이다.

    이러한 현대·기아차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협약 내용에 고용 세습 조항을 넣어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조항은 단체협약 제27조1항으로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 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규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같은 기간에 기존 25년 이상 장기근속 퇴직자에 주던 평생사원증을, 모든 정년 퇴직자로 대상을 확대하길 요구하기도 했다. 평생사원증을 받으면 퇴직 후에도 2년마다 신차를 최대 25% 할인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현대·기아차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사측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반면 노사의 안정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기업도 있다. 지난 8일 도요타자동차는 2023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영업이익 5조3259억엔(약 47조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찍었다고 발표했다. 미야자키 요이치 토요타 자동차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후 원인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한 판매 호조와 엔화 약세에 따른 수혜"를 꼽았다. 다만 도요타자동차의 노사 관계는 확연히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2022년 도요타 노조 측은 임금 협상에서 임금 동결 협상을 먼저 제시했다. 이유는 기업 실적 때문이었다. 쓰루오카 미쓰유키 토요타자동차그룹 당시 노조연합회장은 당해 9월 "인플레이션이 기업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물가 상승을 이유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며 "이미 토요타의 처우는 풍족하고 직원들이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 임금 인상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3년에는 사측에서 임금 인상을 제안했지만, 오히려 국제경쟁력 저하 우려로 노조가 거부했으며, 앞선 2011년에는 경영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특히 2019년에는 연차가 오를 수록 임금이 오르는 일본 제조업의 임금제도 개편을 노조가 전격 수용하며 "전 직원이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림대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도요타의 경우 노사가 과거 극단적인 갈등을 겪으며 양측이 출혈을 겪고 이후 협의와 양보가 노사협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가장 큰 현대·기아차 노조는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사측에 요구안을 통보하고 안 되면 파업을 하는 등 떼쓰기 식의 협의 방법이 문화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