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부채비율 낮아져 인상 없다"… 건설업계 "27조 부채 어이할꼬"
  • ▲ 고속도로.ⓒ연합뉴스
    ▲ 고속도로.ⓒ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의 주 수입원인 고속도로 통행료가 쪼그라들 전망이지만, 통행료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요금 인상 요인은 있지만, 앞으로 도로공사 부채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통행료 부담은 도로공사가 떠안고 가야 한다는 태도다.

    17일 국토부와 도로공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고속도로 요금 인하와 일부 구간 무료화를 교통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대선 교통공약인 명절 통행료 무료화를 올 추석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통행료 무료화는 전체 고속도로를 대상으로 한다. 면제 기간은 설·추석 당일 앞뒤로 사흘간이다. 올 추석은 10월 3~5일이 해당한다.

    국정기획위는 전체 감면액 규모를 450억원쯤으로 추정했다.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 통행료 감면 사례를 보면 하루 감면액 규모는 146억원이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통행료 없는 프리웨이 시대를 열 때가 됐다"며 "요금을 내리고 단계적으로 무료화로 가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범적으로 동해선 삼척~속초 구간과 광주대구선 담양~해인사 구간을 무료화하겠다고 밝혔다.

    통행료는 도로공사 수입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통행료 수입은 2014년 3조4794억원, 2015년 3조6725억원, 지난해 4조441억원쯤이다.

    노선별로는 지난해 경부선 1조44억원, 영동선 4090억원, 서해안선 3356억원 등의 순으로 통행료가 걷혔다. 무료화 대상인 광주대구선은 지난해 611억원을 징수했다. 동해선은 이용 차량이 적어 275억원을 거둬들였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관련 공약이 실현되면 지난해 기준으로 1786억여원의 수입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우리나라 재정고속도로 통행료 징수가 통합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고속도로 건설이나 적자 노선의 유지관리비를 기존 도로 통행료에서 충당하는 구조다.

    유료도로법에서 최대 30년까지 '건설유지비 총액'을 넘겨 통행료를 거둘 수 없게 했음에도 경부선, 경인선 등에서 여전히 통행료를 징수하는 이유다.

    통합채산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전체 고속도로의 건설비용 회수율은 30% 수준이다. 통행료 수입 감소는 고속도로 투자 재원 확보나 유지관리의 누수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2015년 12월 4.7% 인상됐으나 현실화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건설 원가 대비 89.9%에 그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 등은 주무 부처 장관이 기재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아직 협의 요청이 들어온 바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통행료 수입 감소와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할 때 인상 요인은 있다는 견해다. 다만 대선 공약과 관련해 인상은 없을 거라고 선을 그었다.

    김정렬 도로국장은 "2030년이면 도로공사 부채비율이 6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무료화 등으로 말미암은 통행료 부담은 도로공사가 부담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도로공사의 부채비율은 85.8%였다. 도로공사는 2020년까지 부채비율을 82%로 낮춘다는 목표다.
    김 국장은 "앞으로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도로건설이 많지 않고 유지관리 위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도로건설업계에서는 도로공사의 부채비율보다 부채 규모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자율주행차와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등의 구축에 적잖은 재원이 드는 만큼 부채비율만을 가지고 통행료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다.

    지난해 6월 현재 도로공사의 부채는 총 26조8000억원쯤으로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 도로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재정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통행료 감면액이 전체 통행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당장 명절 기간 무료화에 따른 인상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통행료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확인 결과 지난해 경차·장애인 등에 대한 통행료 감면액 규모는 2900억원으로, 통행료 총수입의 7%쯤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