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감염 가능성, 본질 흐려 사망 원인 의료계 과실로 돌리는 것" 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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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한식당 대표가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가족이 기르는 반려견에 물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을 놓고 의료계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최시원 씨 측은 반려견에서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검사 소견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원내 감염에 힘을 싣는 보도가 나왔다.

    패혈증 발병 원인이 반려견이 아닌 치료받았던 병원 때문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논란은 새 국면을 맞고 있는 것.

     

    원내 감염 여부에 이목이 쏠리자 의료계 역시 이번 일을 예의주시하며, 의사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을 제기한 보도에 힘을 싣는 입장도 있지만 사건의 본질을 흐려 사망 원인을 의료계에 과실로 돌리는 데 대한 불쾌감과 답답함의 시선이 주를 이룬다.


    A상급종합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 원인이 의료 관련 감염인데 엉뚱한 논쟁에 빠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분석해 판단하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희생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B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개에 물린 상처가 일반적인 염증 반응을 넘어 패혈증으로 진행할 확률은 사례 하나하나가 논문으로 나올 정도로 극히 드물다"면서 "'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사망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가 의학적으로 맞아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반면 C공중보건의사는 "어제 녹농균에 오염된 물을 먹었으면 균 검출률이 확 높아지겠지만 오늘 검사했을 때에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원내 감염으로 인해 녹농균이 고인의 몸에 침투했다면 항생제 감수성 검사에서 내성을 보여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병원내 상재하는 녹농균은 강한 내성을 보이기에 (원내 감염을 원인으로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굉장히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개가 물어서 발생한 비극적인 죽음이라는 것이다. (의료 환경과 사실관계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 없이)병원과 의료진에게 터무니 없는 공격은 지양돼야 한다"고 분개했다.


    D개원의는 "개를 잘못관리해 사람을 문 것이 선행사인이라는 게 문제의 핵심이자 본질"이라면서 "의료기관 체류시간이 64분에 불과한 상태에서 병원 감염이라고 주장하는 바는 황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원내 감염관리 체계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A교수는 "진실을 외면하거나 회피했을 때 의료기관이 입는 피해를 이미 여러차례 경험했다"면서 "병원에서 발생한 감염에 의한 사망이라면 병원의 감염관리 체계에 대한 보완과 유지를 위한 인력과 재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 배양된 녹농균. ⓒ연합뉴스
    ▲ 배양된 녹농균. ⓒ연합뉴스

    확산 중인 반려견 공포감…녹농균·패혈증은 무엇?

    패혈증으로 숨진 한일관 대표가 녹농균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려견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푸른색의 농양, 고름을 만든다는 데서 이름 붙여진 '녹농균'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에서 패혈증, 전신감염, 만성기도 감염증 및 췌낭포성 섬유증 환자에게 난치성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이다.


    녹농균은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된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이 녹농균에 감염되면 염증, 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력이 저하된 피부화상,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등의 환자가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습윤한 표면에서 빠르게 증식하며 의료용 설비와 장치에서 빈번히 검출되므로 병원에서의 교차 감염을 유발하는 주요 세균으로 인식되고 있다. 


    녹농균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감염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녹농균은 물기를 좋아해 녹농균은 습한 주방이나 욕실에서 많이 증식하기 때문에 항상 주방에 있는 주부들은 녹농균에 노출되게 된다. 녹농균은 물과 밀접한 샤워기나 정수기 받침대 같은 곳에서도 잘 번식한다. 욕조에 있는 샤워 꼭지에도 녹농균들이 잘 번식하며 녹농균은 땀이나 물에서 많이 발견된다. 수영장이나 해수욕장 등 물가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최근에는 녹농균이 요도 감염 및 콘택트렌즈 사용자의 각망궤양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일부 물티슈에서는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키면서 항생제도 잘 듣지 않는 녹농균과 황색포도알균도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패혈증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미생물에 의해 감염돼 심각한 염증이 발생해 38도 이상의 고열 혹은 36도 이하의 저체온증, 호흡수 증가, 심박 수 증가, 백혈구 수치 이상의 증상을 동시에 수반하는 전신성 염증 반응을 나타내는 질병이다. 사망률은 20~60%로 알려져 있다.


    병원체가 침입하면 몸을 지키기 위해서 체내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염증 반응이 과잉돼 장기를 손상시켜 쇼크를 일으키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 된다. 원인이 되는 질병이나 미생물을 찾아내 신속하게 항생제로 치료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는 환자의 안정과 신체 각 부분에 원활히 혈액공급이 되도록 해야 한다.


    패혈증은 어떤 감염증으로도 일어나기 때문에 평소에 손 씻기 등 몸을 청결하게 하는 것이 예방법이다. 패혈증은 발병 후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고, 집에서 혼자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