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해석·지연보고 조직기강 무너져김영춘 장관 "관련자 조사 후 엄중 책임 물을 것"
  • ▲ 세월호 미수습자.ⓒ연합뉴스
    ▲ 세월호 미수습자.ⓒ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뼈 발견 은폐사건을 1차 조사한 결과 해양수산부 내 업무보고 체계에 누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가 미수습자 것으로 추정되는 뼈를 발견하고 수습본부 단장에게 보고하는 데까지 4시간40분이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단장은 장·차관에게 사나흘이 거의 다 돼서야 보고했다.

    김현태 부단장은 보고를 받고서 2시간30분 동안 윗선으로 추가 보고를 하지 않다가 남은 미수습자 5명의 장례 이후 가족들에게 알리는 게 좋겠다고 자의적으로 결론을 내 늑장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해수부에 따르면 국방부에서 파견 나온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가 세척장의 분리 작업대에 놓여있던 뼈 1점을 발견하고 사람의 것으로 확인한 시점은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이다.

    이 관계자는 4분 뒤 유해발굴감식단 사무실에서 유해 모형 등과 비교한 후 사람의 손목뼈로 추정된다는 뼈를 찾았다고 현장수습본부 수습팀장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김 부단장이 대외협력과장을 거쳐 발견사실을 안 것은 오후 1시30분이다.

    하지만 김 부단장은 즉시 단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단장에게 보고한 시점은 2시간30분이 지난 오후 4시께다.

    김 부단장은 보고할 때 "장례식이 끝나고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리는 게 좋겠다"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보고했다.

    김 부단장은 장례가 끝난 21일 오후 2시에야 고 조은화양 어머니께 전화로 상황을 설명했다. 추가로 뼈를 발견한 지 나흘째에야 처음으로 가족에게 상황을 알린 셈이다.

    단장도 늑장 보고하기는 마찬가지다. 단장은 김 장관에게 사흘째인 20일 오후 5시, 차관에게는 다음 날인 21일 오후 3시10분께 각각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장관은 보고를 받고서 미수습자 가족 등에게 알리는 등 조속히 조치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하지만 부단장이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린 것은 장관이 지시한 직후가 아니라 21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후 2시에야 이뤄졌다.

    현장수습본부가 뼈를 인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분석을 맡긴 것은 하루가 더 지난 22일 오전 10시였다. 뼈를 발견한 지 닷새가 다 돼가는 시점이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23일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발견 은폐사건과 관련해 "관련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고, 조속히 조사해 확인한 내용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국민께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5동 해수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세월호 수습을 주관하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말씀대로 미수습자 수습은 유족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염원인 만큼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추가 유해 발견 등 어떤 상황이 현장에서 발생하더라도 결코 자의적이거나 비밀스럽게 처리하지 않을 것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조직 기강을 다잡고 분골쇄신의 노력을 다하는 한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에도 온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