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선 고려해 위원 인선 지연 꼼수 의혹표결 땐 내년도 대폭 인상 전망
  • ▲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연합뉴스
    ▲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연합뉴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물갈이됐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대부분이 진보 성향 인사로 채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년보다 위원 위촉이 한 달 이상 늦어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와 노동계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저임금 이슈화를 지연시키고자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지선 결과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도 올해처럼 대폭 오를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적잖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위촉한 제11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6명의 임기가 이날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앞으로 3년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한다.

    근로자·사용자위원은 양대 노동조합 총연맹과 전국 규모 사용자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공익위원은 노동경제·노사관계·사회복지 등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사 중 노사 의견을 균형 있게 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람을 위촉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전체 위원 중 여성위원 비중은 7명(27%)으로 2명이 늘었다. 청년 목소리를 대변할 청년유니온 소속 근로자위원도 1명 포함됐다.

    그러나 노사가 대립할 때 중재하고 표결에 들어가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공익위원이 진보성향 인사로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려진 바로는 연임된 강성태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노동법학자다.

    신규 위촉된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각종 정부위원직을 맡았다.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한국노총 정책본부 출신이다.

    백학영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박은정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도 진보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다.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문 대통령 경제정책인 제이(J)노믹스의 한 축인 소득 주도 성장론자라는 평가가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맞설 경우 공익위원의 절충안 마련과 표결 과정에서 근로자측 의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학계 한 관계자는 "(공익위원 구성이) 전체적으로 경제 논리보다는 복지 노동자 보호에 치우친 전공자가 많다"며 "일부 경제학 교수는 노사관계 전공으로 보는 게 맞다. 임금 관련 연구 등 경영 경제와 관련한 전문성이 (담보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설상가상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8일 정책설명회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주도 성장의 근간이 되는 정책이라면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1만원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에서 활동했던 한 사용자위원은 "공익위원의 (진보성향) 편중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며 "이젠 포기했고, 내년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 올리는 대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업시간 단축은 물론 손님 뜸한 시간대 식당의 브레이크 타임, 편의점 자판기 설치 등이 확산할 거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과 비용 절감을 위한 고용 감소 등이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사용자측 일각에서는 이번에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이 늦어진 배경에 지난해에 이어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려는 꼼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 달 지선을 앞두고 최저임금이 이슈로 급부상하는 것을 피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10대 위원 임기 만료가 4월23일이라 기존대로 2월에 위원 추천을 부탁했다"며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 중요한 사안이라 신중했던 것 같다. 추천이 늦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용자측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3월에 내정자가 발표된다. 사용자단체는 예전대로 2월에 인선을 마쳤다"며 "위원 추천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하려는 사람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 달 지선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악재로 작용하지 않게 하려고 위원회 구성을 지연시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정부 측과 코드가 맞는 위원을 위촉하는 데도 시간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지선에서 여당이 크게 이기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처럼 대폭 올리는 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송명진 정책국장은 "(지선과 관련해)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면서 "예년과 달리 1월부터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가 이어지면서 대응에 신경 쓰다 보니 추천이 조금 늦어지긴 했다"고 말했다.

    통상 3월에 위원회가 짜져 4·5월 노동계가 요구안을 발표하면 5·6월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는데, 제도개선 논의가 3월7일 성과 없이 종결되면서 인선이 다소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송 정책국장은 "여성위원을 추천해야 했는데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번에 여성위원을 한 명도 추천하지 않았다.

    송 정책국장은 "많은 시간을 들였음에도 추천하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다"며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위원이 있어 추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국회로 공이 넘어간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국회 파행으로 논의가 멈춘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3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 산입범위(산정기준) 조정과 관련해 노동계와 재계 의견을 들었지만, 양측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산회했다.

    제도개선 쟁점에 대한 진척이 없다 보니 '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와 마찬가지로 대폭 인상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