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북 정상회담.ⓒ연합뉴스
    ▲ 미북 정상회담.ⓒ연합뉴스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미북 정상회담이 기대 이상의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되면서 '신중 모드'로 줄 대기 중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도 수면 위로 떠 올라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교류를 위한 핵심사업으로 철길과 하늘길 등을 연결하는 기반시설 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오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 아주 긍정적이고 환상적인 회담이었다"며 "(김 위원장과 만남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고 말해 회담 결과에 기대감을 높였다. 비핵화와 대북체제안전 보장을 교환하는 '세기의 빅딜'이 타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미북 양국이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다고 타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절차가 매우 빨리 시작되고, 북과 한반도 관계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으로 추진이 조심스러웠던 남북 경협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 철도 연결.ⓒ연합뉴스
    ▲ 철도 연결.ⓒ연합뉴스
    먼저 남북 교류를 위한 첫 단추로 철길과 하늘길 등을 잇는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지난 1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철도·도로 분야의 실무회담을 조속히 열기로 했다. 남측은 또 북측에 철도 연결과 관련해 공동 연구·조사를 진행하자는 뜻도 전했다. 교통전문가들은 "북측의 시설 수준을 확인하고 투자범위 등을 결정하기 위해서 공동 실사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차 정상회담 직후 4·27 판문점 선언에서 동해북부선과 경의선 등 철도와 도로 연결은 물론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기로 밝힌 바 있다. 경의선(서울∼신의주)은 2004년 연결돼 2007∼2008년 문산∼개성 구간에서 화물열차가 운행하기도 했으나 시설 개량이 필요하다.

    동해북부선은 2000년 남북 장관급회담 이후 금강산~제진 구간이 연결돼 2007년 시험운행까지 했지만,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결실을 보지 못했다. 끊긴 강릉~제진(104.6㎞) 구간이 복원돼 동해북부선이 연결되면 한반도에서 유럽대륙까지 철의 실크로드가 열린다는 게 철도업계 의견이다. 최근 우리나라가 북한의 찬성에 힘입어 4수 끝에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에 가입한 것도 남북·대륙 철도 연결에 힘을 실어준다.

    하늘길 연결도 관심을 끈다. 북한은 최근 우리나라 공역을 통과해 제3국을 오가는 항로 개설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제안했다. 북한 하늘길 개방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참여정부 때 백두산 관광을 위해 추진됐던 북한 삼지연공항 개발이 1순위 남북 경협사업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김정일·정은 부자는 백두산 관광을 비롯해 원산·칠보산 지역 관광·물류산업 활성화에도 역점을 두는 등 관광자원 개발에 관심이 있다. 김 위원장이 11일 밤 초대형 식물원 가든바이더베이 등 싱가포르 관광명소를 깜짝 방문한 것도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로서도 삼지연공항이 백두산과 20㎞쯤 떨어져 있어 관광사업과 연계하기 쉽고 철도나 도로보다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 들어 단기간에 경협 성과를 내기 좋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국토교통부는 북한 공항개발과 관련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협의 추이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대응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오는 18일 제2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북방경제위는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에 걸쳐 경협 사업 로드맵을 마련한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통일부·산업부·국토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와 수출입은행·한국전력·가스공사·철도공사·무역협회 등 유관기관, 민간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의 신북방정책 전략과 관련 부처별 중점 추진 과제, 한·러 혁신플랫폼 구축계획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