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전기·전자 기술집약적 공단 육성유통업계, 식품·관광 등 내수시장 공략
  • ▲ 개성공단에 입주한 신원 공장 전경.ⓒ신원
    ▲ 개성공단에 입주한 신원 공장 전경.ⓒ신원

    남북 경협에서 개성공단은 중요한 거점이다.

    2016년 2월 전면 가동 중단됐지만 최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개보수 공사가 시작되면서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남북 경협, 개성공단 재개에서 시작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은 대부분 섬유봉제, 가죽가방 업체가 많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인건비만 해결되면 대량의 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재입주 희망 기업은 70%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가 그리는 청사진은 보다 기술집약적인 모델을 꿈꾸고 있다.

    1단계가 봉제, 신발, 가방 등 노동집약 업종 중심으로 꾸려졌다면 2단계로 기계, 전기, 전자 등 기술집약적 업종이 입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3단계는 IT,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의 복합공업단지로 탈바꿈해 동북아 수출기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은 북한의 내수시장까지 염두에 둔 그림이다.

    남북 경제교류는 한반도 7000만 내수시장이 열린다는 것과 같다. 북한 소비시장 규모는 현재 17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1인당 소비금액이 75만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소득 증가로 인해 소비 성향도 함께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독일의 경우 통일을 계기로 8000만 내수시장을 확보하며 내수와 수출을 양대 축으로 글로벌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 ▲ 남북한 내수시장 전망치.ⓒ통일부, 대신증권
    ▲ 남북한 내수시장 전망치.ⓒ통일부, 대신증권

    ◆유통가, 진출 준비 끝…시기만 노린다

    유통업계는 신중한 반응 속에도 향후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업계는 과거 북한에 진출한 경험도 있어 여건만 허락되면 사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롯데는 그룹 내에 '북방TF'를 구성하고 북한에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 3성까지 아우르는 북방 지역에 대한 연구와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

    롯데는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남북 간 철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된다면 러시아 극동지역의 호텔과 농장, 중국의 선양 롯데월드를 통해 북한 관광사업을 활성화하고 영농사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 협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방 지역에 진출해 있는 식품·관광 계열사들을 활용해 해당 지역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교류를 활성화하는 한편,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인도적 차원에서 문화·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편의점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은 개성공단이 재개될 경우 점포를 다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CU는 지난 2004년 12월 CU개성공단점, 2007년 CU개성공단 2호점, 2013년 CU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점을 잇따라 문을 열며 편의점 사업자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에 점포를 직영점으로 운영해 왔다.

    북한의 식품 생산량은 수요와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식품업체의 진출 전망도 밝다.

    초코파이를 납품했던 오리온, 해태·크라운 등도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밖에 대명리조트는 이미 '남북관광개발 TF'를 구성해 지리와 인구, 교통, 인프라 등 사업을 진행할 북한 지역에 대해 공부 중이다.

    유한킴벌리도 북한과 교류가 재개되면 우선 한반도 생태계 복원을 위한 북한 산림 재건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으로선 북한시장은 무한 잠재력을 지닌 미개척 시장이다. 아직 북한의 개방, 남북 협력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지만 계속 상황을 주시하며 사업 재개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 북미 정상회담 당시 싱가포르 프레스센터에 설치된 파리바게뜨.ⓒSPC그룹
    ▲ 북미 정상회담 당시 싱가포르 프레스센터에 설치된 파리바게뜨.ⓒSPC그룹

    ◆이북 출신 기업인, 북녘땅 밟을까

    창업주가 이북 출신인 기업의 행보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대북사업에서 이들 기업이 중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북한 출신 기업인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기틀을 다진 서성환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서성환 선대 회장은 황해도 평산 출신이다.

    그는 평상시에 생활용품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히는 등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경배 회장 역시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다양한 북한 지원 활동을 전개 중이다.

    샘표의 창업주인 고 박규회 선대회장이 함경남도 흥남, 장남인 고 박승복 회장이 함경북도 함주 출신이다.

    박승복 전 샘표식품 회장의 아들 박진선 샘표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기회가 되면 당연히 간장이나 관련 제품과 얽힌 사업을 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 상황을 보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판단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리온은 창업주인 고 이양구 선대회장이 함경남도 함주군 출신이다. 무엇보다 초코파이가 과거 북한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남북 교류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오뚜기 역시 창업주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함경남도 원산 출신으로 다양한 대북 지원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허영인 회장의 아버지 고 허창성 SPC 명예회장은 황해도 옹진, 허영인 회장은 황해도 출신이다.

    SPC그룹 모태인 상미당이라는 빵집은 고 허창성 회장이 지난 1945년 북한 옹진에서 열고 이후 서울로 옮겨 삼립식품으로 명칭을 바꿨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파리바게뜨 부스가 마련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