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렬 차관 항공쪽 안 거쳐" 주의 당부도로·철도분야 남북 협상 이끄는 것과 대조
  • ▲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연합뉴스
    ▲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항공업계의 잇단 불미스러운 이슈에 곤혹스러운 처지인 가운데 맹성규 전 차관이 옷을 벗으며 던진 농담성 덕담이 화제다. 후임 김정렬 차관은 항공분야가 쥐약이니 주의하라고 농을 던졌는데 항공업계가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8일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내식 대란'을 이유로 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두 번째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6일 1차 집회에 이어 '대한항공직원연대'도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관까지 행진하고 이곳에서 마무리 집회를 한 뒤 흩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1일부터 기내식을 제때 싣지 못해 장거리 항공편 출발이 늦어지거나 출발 시각을 맞추려고 기내식 없는 '노 밀' 상태로 이륙하는 사례가 잇따라 승객이 피해를 봤다. 박 회장이 경영실패를 만회하려고 기내식 업체를 바꾸게 됐다는 의혹 제기와 함께 연초 불거졌던 여승무원 격려 행사 등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파장이 커지는 중이다.

    대한항공은 조현민 전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져 불거진 갑질 논란이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밀수 혐의로 번지면서 사정 당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는 조 전 전무가 6년간 등기이사로 불법 재직한 게 알려지면서 항공면허 취소 위기에까지 몰린 상태다.

    항공업계가 연이어 구설에 휩싸이면서 주무 부처인 국토부도 눈총을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선 승객 피해를 나 몰라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기내식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항공사 안전·정비·서비스 전 분야를 점검해 안전 소홀이나 승객 불편이 없게 하겠다고 대응에 나섰다.

    진에어 면허취소 논란과 관련해선 지난달 29일 항공법령 위반에 대한 청문 등 공식 법적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애초 이날 제재 방안을 내놓겠다던 국토부가 사실상 결론을 2개월쯤 뒤로 미루면서 면피성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 ▲ 진에어 제재방안 관련 발표하는 김정렬 2차관.ⓒ연합뉴스
    ▲ 진에어 제재방안 관련 발표하는 김정렬 2차관.ⓒ연합뉴스
    국토부가 잇단 항공업계 구설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자 일각에서는 맹 전 2차관의 농담이 새삼 화제다. 6·13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맹 전 차관은 지난 4월 초 출마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후임 김 차관에게 살 떨리는 농담을 던졌다.

    맹 전 차관은 이임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신임 김 차관이 독학으로 사주를 배워 자칭타칭 명리학자라고 하는데 (나한테) 빨리 (관직에서) 나가면 앞으로 10년간 대운이 온다"며 "사실상 (나를) 내쫓고 자기가 차관이 됐다"고 농을 했다. 김 차관은 지난해 9월 교통물류실장이 된 지 6개월 남짓 지나 2차관 자리에 올랐다.

    맹 전 차관은 이어 공직사회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관운이 없으면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차관의 경우 "항공 쪽을 안 해봤다"며 취약분야라고 짚었다. 김 차관은 건설교통부 시절 기업도시과장을 시작으로 국토해양부 도시광역교통과장, 국토부 도로국장 등을 지냈다. 항공분야는 요직을 거치지 않았다.

    김 차관으로선 취임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도로·철도분야 우리 측 수석대표로 북한과의 협상을 이끌며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맹 전 차관이 쥐약이라고 언급한 항공분야에선 예언대로(?) 골치를 앓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