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사라질까 우려 주류업체 "여론에 정부가 결국 손 든 셈, 현실적 지원 방안 고려해야"
  • ▲ 맥주 관련 사진. ⓒ뉴데일리DB
    ▲ 맥주 관련 사진. ⓒ뉴데일리DB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역차별'로 지적 받던 세금 체계가 결국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수입맥주의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산 수제 맥주 업체들은 잠시 희망에 부풀었지만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맥주 종량세 전환을 검토해왔지만 소비자 후생과 세금 형평성 등을 이유로 끝내 이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주세법 개정 검토 소식에 소비자들이 반기를 들면서 끝내 소비자 편에 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수입맥주 4캔에 1만원'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면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맥주 4캔에 1만원 지켜달라"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국내 주류 업체는 이같은 소비자들의 우려에 "종량세로 바뀌더라도 맥주 4캔에 1만원이 사라지는 일은 절대 없다"며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오히려 프리미엄 제품은 조금 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이름 모를 저가 맥주들의 세금 부담은 늘게 돼 소비자들은 더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업계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결국 정부는 여론에 손을 든 셈이다.

    이같은 소식이 퍼지자 국내 맥주제조회사 노조와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종량세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 국내맥주제조회사 노조는 24일 성명서를 내고 "조속히 맥주과세체계를 종량세로 개편을 통해 노동자의 생존권과 일자리를 보호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수제맥주협회도 같은 날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세 제도 및 소비자 효익(效益)이라는 관점에서 정부 기관에서 종량세를 도입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 ▲ 세븐브로이 수제 맥주. ⓒ세븐브로이
    ▲ 세븐브로이 수제 맥주. ⓒ세븐브로이
    현재 주세법 상 수입원가에 주세 72%가 붙는 수입 맥주와 달리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판관비+이윤 모두 합친 것에 72%가 붙는 구조다. 

    수입맥주는 국내에 유통하는 이윤·판관비(유통비 등)에는 세금을 내지 않지만  국산 맥주는 해당 항목에도 세금을 내기 때문에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주세법이 개정되면 그간 수입 맥주에 비해 더 비싼 세금을 내 왔던 국산 맥주들이 '맛'과 '품질', '가격경쟁력' 면에서 수입 맥주와의 정당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컸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경쟁력을 가진 중소 규모 국산 수제 맥주(크래프트 비어) 제조업체들은 종량세로의 전환이 절박한 상황이었다.

    맥주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국산 수제 맥주업체들이다. 현행 주세법 상 수입병맥주 유흥 납품가는 약 3000원대, 국산 수제 맥주는 약 5000~7000원대"라며 "정부가 다른 국산 수제 맥주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아예 게임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세금 조정만으로 이같은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수제 맥주가 아무리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수입 맥주에 비해 2~3배 비싼 제품을 얼마나 사 마시겠냐"고 반문하며 "결국 이는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되고 이는 국산 수제 맥주업체의 악순환으로 고착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주세법 개정이 맥주에 한정돼 검토됐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현실성이 없었다"며 "괜히 업체들에게 희망고문만 하지 말고 정부가 더 신중하고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고민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기재부는 오는 30일 세제발전심의원회를 열어 최근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사항을 토대로 세법 개정안을 심의한다. 맥주 세금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안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심의 내용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이 정확히 포함되거나 빠졌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며 "26일 오후 세법개정안 브리핑이 열리는데 여기서 주류 관련 내용이 포함됐을지도 아직은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