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 시가총액 10조, 공모 규모 2조 전망석유정제사업 탈피 윤활기유, 석유화학 등 사업영역 확대 등 체력 끌어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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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오일뱅크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가 실적 순항을 이어가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단순히 석유정제사업에서 탈피해 윤활기유, 석유화학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체력을 끌어올린 결과다. 무엇보다 3분기 계절적 성수기 진입 및 에너지, 화학업종의 주가도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어 IPO에 청신호가 켜졌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거쳐 빠르면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시 시가총액은 10조원, 공모규모는 2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어급'으로 평가되는 현대오일뱅크 출현으로 얼어붙은 IPO 시장도 활력을 찾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흥행에 대한 기대감은 최근 2~3년간 호조를 보인 실적 덕택이다. 처음으로 상장에 추진한 2011년 대비 순이익이 두배 가까이 증가한 상태다. 올해 1분기에는 전반적인 정유사들의 부진 속에서도 경쟁사 대비 22.8%나 높은 이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2년 연속으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016년 영업이익 9656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2605억원을 거두며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66.4% 증가한 3136억원을 보였다. 

    사업부문별로 정유사업이 주인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2,814억 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488억원 증가했다. 연결대상 자회사 중 현대케미칼은 217억원, 올해 2월 상업가동을 시작한 현대OCI(제철화학)는 3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분법 적용 회사인 현대코스모(방향족제품)와 현대쉘베이스오일(윤활기유)은 각각 220억 원과 26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5963억원을 나타내며 지난해(5141억원) 수준을 15.9% 증가한 성적을 달성했다.

    이런 실적 호조는 안정적으로 구축한 사업 다각화 노력의 결과로 보여진다.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 2015년 이전 10% 미만에서 지난 2017년 30% 대까지 지속적으로 확대가 이뤄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3년 울산신항 매립지에 총 28만kl의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을 저장할 수 있는 현대오일터미널을 설립, 국내 정유사 최초로 상업용 터미널사업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쉘과 합작 설립한 현대쉘베이스오일 공장을 가동하며 윤활기유 사업을, 올해 2월부터는 OCI와 합작한 현대오씨아이 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카본블랙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난 2016년에는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생산 공장을 가동하며 아로마틱 석유화학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5월 자회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올레핀과 폴리올렌핀 신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케미칼은 2021년까지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해  폴리에틸렌 75만t과 폴리프로필렌 4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원유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HPC는 납사를 사용하는 기존 NCC(Naphtha Cracking Center) 대비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설비다. 

    NCC는 납사를 투입해 각종 플라스틱 소재가 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지만 현대케미칼의 HPC는 납사를 최소로 투입하면서 납사보다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 정유 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해 원가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HPC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22년에는 이 수치가 45%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올 1분기 정제설비 규모가 10% 이상 큰 경쟁사들 대비 높은 이익을 실현한데 이어 2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이뤄지며 하반기 IPO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정제마진이 반등하고 있고 사우디 OSP 하락에 따른 실질 마진 개선이 기대되며 하반기에도 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판단된다.

    당장 글로벌 정유사들의 정기보수 영향으로 반사이익이 점쳐진다. 지난 2분기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는 110만 배럴로 계절적 수요를 감안할 경우 추가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반면 공급은 줄어 전반적인 수급은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여기에 사우디 OSP도 하락이 점쳐진다. 올해 들어 사우디 OSP는 전년 동기 대비 1.5달러 높았다. 한국 정유사들의 실질 마진이 그 만큼 악화된다는 의미다. 금액으로 따지면 대략 1.6조원에 달하는 손실이다. 하지만 이달 초 사우디 OSP는 전월 대비 0.2달러 하락했으며 향후 사우디가 증산폭을 확대하면 OSP의 추가적인 하락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에너지∙화학주 주가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도 현대오일뱅크로서는 희소식이다. 우호적인 사업환경 조성으로 당장 상장시 비교가 되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주가 반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정제 시설의 가동률 하락으로 정제마진 반등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 상승이 기대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