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병 보증금제도 '판트(Pfand)'로 재활용 활발히 이뤄져마트서 병·캔·플라스틱 등을 재활용, 환급 받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 ▲ 지난 12일 독일의 한 대형마트 REWE(레베)를 방문해 공병반환기계 체험에 나섰다. ‘Leergut Rücknahme(빈 병 취하)’라고 적힌 기계 근처에는 벌써 많은 사람이 기계를 이용하고 있었다.  독일은 공병 보증금제도 ‘판트(Pfand)’때문에 공병을 갖고 마트를 오는 사람이 많다.ⓒ 한지명 기자
    ▲ 지난 12일 독일의 한 대형마트 REWE(레베)를 방문해 공병반환기계 체험에 나섰다. ‘Leergut Rücknahme(빈 병 취하)’라고 적힌 기계 근처에는 벌써 많은 사람이 기계를 이용하고 있었다. 독일은 공병 보증금제도 ‘판트(Pfand)’때문에 공병을 갖고 마트를 오는 사람이 많다.ⓒ 한지명 기자
    맥주의 나라 독일의 맥주 가격은 한국보다 쌀까 아니면 비쌀까. 답은 쌀 수도 있고 비쌀 수도 있다는 것. 병값을 제외하면 독일 맥주가 더 저렴하고, 병값을 포함하면 한국 맥주보다 비싸다.

    이런 가격 차이는 독일의 공병 보증금제도 ‘판트(Pfand)’ 때문에 생긴다. 독일에는 모든 병·플라스틱·캔에 가격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병 보증금 제도와 같다. 그러나 값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500밀리리터(㎖) 맥주 한 병값이 약 80유로센트인데 여기에 병값 15센트가 추가된다. 맥주값 1600원에 병값 300원이 되는 셈이다. 환율을 1유로=1000원으로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병 가격이 150원이다.

    심지어 플라스틱은 유리병값보다 비싸다. 마트에서 가장 저렴한 1.5리터에 19센트짜리 물을 구입해도, 지불 해야 할 금액은 플라스틱 병 보증금인 25센트를 포함해 44센트를 내야 한다. 

    모든 유리병과 플라스틱에 보증금이 붙는 건 아니라지만, 재활용품은 '귀한 몸'이 아닐 수 없다. 많은 독일 사람들은 맥주, 물, 주스 등 음료수를 다 마신 후 파손되지 않도록 고이 보관했다가 슈퍼마켓이나 상점에 되가져가 고스란히 돈으로 돌려받는 이유다. 
  • ▲ 독일의 거의 모든 슈퍼마켓은 병을 회수하는 장치를 상점 내에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한국처럼 빈 병을 가져와 가게 주인과 눈을 마주치며 개수를 세는 번거로움 없이 때를 가리지 않고 기계에 빈 병을 넣기만 하면 알아서 보증금을 계산해 준다.ⓒ 한지명 기자.
    ▲ 독일의 거의 모든 슈퍼마켓은 병을 회수하는 장치를 상점 내에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한국처럼 빈 병을 가져와 가게 주인과 눈을 마주치며 개수를 세는 번거로움 없이 때를 가리지 않고 기계에 빈 병을 넣기만 하면 알아서 보증금을 계산해 준다.ⓒ 한지명 기자.
    그래서일까. 독일 대형마트 개·폐점 시간엔 신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수십 명의 사람이 마트에 있는 한 기계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 커다란 쇼핑카트 안에는 페트병과 유리병, 캔이 개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담겨 있다.

    독일의 거의 모든 슈퍼마켓은 병을 회수하는 장치를 상점 내에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한국처럼 빈 병을 가져와 가게 주인과 눈을 마주치며 개수를 세는 번거로움 없이 때를 가리지 않고 기계에 빈 병을 넣기만 하면 알아서 보증금을 계산해 준다.

    호기심에 지난 12일 독일의 한 대형마트 REWE(레베)를 방문해 공병반환기계 체험에 나섰다. 생수병 하나를 다 마신 뒤, 공병 기계를 찾았다. ‘Leergut Rücknahme(빈 병 취하)’라고 적힌 기계 근처에는 벌써 많은 사람이 기계를 이용하고 있었다.

    사용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기계에 병을 집어넣으면 기계속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그러면서 기계는 레이저를 통해 병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읽어낸다. 기계 옆 모니터에는 병의 종류별로 몇 개가 들어갔는지, 환수받을 금액은 얼마가 나오는지 안내된다.
  • ▲ 빈제품 수거기 앞에는 안내판을 통해 판트 가격이 얼마인지 상세히 설명됐다. 맥주, 콜라, 재활용 패트병 등 다양한 가격들이 종류와 무게별로 얼마나 환급받을 수 있는지가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 한지명 기자
    ▲ 빈제품 수거기 앞에는 안내판을 통해 판트 가격이 얼마인지 상세히 설명됐다. 맥주, 콜라, 재활용 패트병 등 다양한 가격들이 종류와 무게별로 얼마나 환급받을 수 있는지가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 한지명 기자
    빈제품 수거기 앞에는 안내판을 통해 판트 가격이 얼마인지 상세히 설명됐다. 맥주, 콜라, 재활용 패트병 등 다양한 가격들이 종류와 무게별로 얼마나 환급받을 수 있는지가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생수 한 병에 환급받은 가격은 0.15유로. 위 내용이 적힌 영수증이 출력됐다. 영수증을 들고 직접 계산원에게 가서 0.15유로를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고, 장을 다 본 뒤 계산대에서 0.15유로를 공제받을 수도 있다. 비록 여행객이라 많은 양의 공병을 환불받을 수 없었지만, 집에 많은 재활용품을 수거했을 때 환급금은 더 쏠쏠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판트 금액이 꽤 되기 때문에 독일 시내에는 빈 병을 주으러 다니는 노숙자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음료를 거의 다 마시고 있으면 "병을 내게 줄 수 없냐"고 말을 거는 이도 많았다. 판트 제도에 익숙지 않은 관광객들이 빈 병을 쓰레기통에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독일 거리는 꽤나 깨끗했다.

    2015년에 OECD에서 발표한 세계 자료에 따르면, 독일이 재활용률 1위(65%, 2위 한국 59%) 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판트 제도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 대란을 계기로 폐기물 생산 및 처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현재, 한 번쯤 재활용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