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캔 비중 대폭 줄었는데… 가정간편식 제품 출시 러시에 시장 재편 가능성 '촉각'
  • ▲ CJ제일제당 2016년 추석 선물세트 이미지. ⓒCJ제일제당
    ▲ CJ제일제당 2016년 추석 선물세트 이미지. ⓒCJ제일제당

    식품업계의 '연어'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에는 연어캔 비중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가정간편식(HMR) 트렌드와 냉장연어 시장의 확대로 인해 연어 제품이 다양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3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올해 추석 선물세트 중 연어캔 제품은 28종으로, 2015년 48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CJ제일제당은 연어캔 시장 점유율 70% 대를 유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이어 동원F&B와 사조해표가 연어캔을 판매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연어캔 시장 규모는 2013년 78억원에서 2014년 329억원, 2015년 421억원까지 늘었지만 2016년 315억원, 지난해 17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연어캔이 최고 인기를 누리던 2015년만해도 CJ제일제당과 동원F&B는 추석 선물세트에서 격전을 펼쳤다. CJ제일제당은 '알래스카연어'를 내세우고 동원F&B는 '동원연어'를 통해 각종 연어캔 선물세트를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올해, 양사 모두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분야를 앞세워 추석 선물세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연어캔 선물세트를 대폭 축소한 CJ제일제당은 '스팸'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택했고, 동원F&B는 참치와 '리챔'을 중심으로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CJ제일제당은 스팸 추석 선물세트 광고 온에어와 더불어 남은 명절기간까지 마케팅 활동에 총력을 다해, 스팸 선물세트로 지난 해 추석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한 사상 최대 매출인 1300억원 이상(소비자가 환산 기준)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팸은 14년 연속 선물세트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명절 선물의 스테디셀러다. 첫 출시된 지난 1987년 이후 만 31년 동안 판매된 스팸(낱개 기준) 개수만 약 11억개, 누적 매출은 3조9000억원에 육박한다.

    동원F&B 측이 추정한 가장 많은 판매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선물세트로는 5만원 이하 실속 복합세트인 ‘동원튜나리챔 100호’(동원참치 살코기 135g 12캔, 리챔 오리지널 200g 4캔), ‘동원스페셜 11호’(동원참치 살코기 100g 6캔, 런천미트 200g 3캔, 동원건강요리유 500ml 2병), ‘선호’(동원참치 살코기 150g 12캔, 고추참치 150g 3캔, 야채참치 150g 3캔) 등이 있다. 고급세트인 ‘명품혼합 6호’(동원참치 살코기 150g 12캔, 리챔 오리지널 200g 8캔, 포도씨유참치 150g 12캔)과 김세트인 ‘양반김 혼합 3호’(들기름김 8봉, 동원카놀라유 900ml 1병) 등이 있다. 이들 선물세트에는 연어캔 제품이 포함돼 있지 않다.

    사조해표 역시 이번 추석 선물세트에 연어캔은 포함하지만 과거 연어캔 인기가 높았던 때와 비교하면 그 비중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사조해표 관계자는 "사조해표의 이번 추석 선물세트는 '복합' 구성이 중심이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어캔 하락세가 가시화됐지만 단종하기는 힘든 관련업체들이 연어캔을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연어캔은 과거 슈퍼푸드로 인기를 얻은 연어를 편하게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큰 성장세가 기대됐지만 비린내나 맛 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인기를 끌지 못했다"며 "냉장 연어 등 새로운 연어 제품이 출시되고는 있지만 연어캔은 사실상 끝난 시장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라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은 연어캔 가공을 태국에서 OEM 방식으로 하고 있지만 동원F&B와 사조해표는 국내에 가공설비를 도입한 만큼 연어캔을 완전히 생산하지 않기에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초반 수년 내 국내 연어캔 시장이 1000억~1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동원그룹은 자회사 스타키스트와 함께 알래스카 연어 어획회사 ‘실버베이씨푸드(SBS)’의 지분 12.5%를 2000만달러(약 217억원)에 사들이는 등 의욕을 보인 바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당시 “1982년 참치캔을 시장에 처음 내놓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연어캔 시장을 개척하자”고 강조했다. 실버베이로부터 공급받은 연어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3년 안에 매출 2000억원을 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연어 시장 자체는 연어캔과는 별개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연어 수입량은 1997년 약 2000t에서 지난해 3만272t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 ▲ 신세계푸드 연어 선물세트. ⓒ신세계푸드
    ▲ 신세계푸드 연어 선물세트. ⓒ신세계푸드
    이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연어캔이 아닌 HMR군 연어 제품을 내놓는 등 연어 제품 라인업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동원F&B는 지난달 ‘동원 에어익스프레스(AIR EXPRESS) 훈제연어’를 출시했다. 동원 에어익스프레스 훈제연어는 냉장연어를 노르웨이부터 항공직송으로 들여와 부산 연어가공공장에서 곧장 훈연한 뒤 냉장상태 그대로 판매된다. 국내 제품 중 냉장연어를 가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푸드는 노르웨이 수산기업 리로이(LEROY)와 손을 잡고 '보노보노' 브랜드를 내놨다. 리로이는 글로벌 2위 연어 기업으로서 가공 인프라를 제공한다. 신세계푸드는 보노보노를 앞세워 처음으로 연어 추석 선물세트를 내놨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추석을 맞이해 신선한 프리미엄급 노르웨이산 연어를 토마토 올리브 오일 소스, 레몬 시트러스 소스, 타이 소스, 멕시칸 소스 등으로 마리네이드 한 연어 스테이크 4종과 샐러드나 각종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훈제연어, 훈제송어 2종을 더한 연어 선물세트를 4만원대에 출시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최근 수산물을 가정간편식으로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데다 계절적으로 가을, 겨울에 연어 소비가 최고로 높은 시즌인 만큼 연어 선물세트를 통해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했다"고 말했다.

    매년 11~12월은 연어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로 회 뿐 아니라 샐러드, 파스타,스테이크 등으로 연어를 소비자가 늘면서 각 업체마다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친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연어 제품 변화에 나서면서 단순한 캔 제품을 넘어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동원F&B가 연어 가공의 변화를 이끌고 있고, 신세계푸드 역시 이와 비슷한 시도를 하면서 연어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며 "연어캔으로 한번 실패했던 연어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