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갈등, 경제성장률 침체 등 불확실성 여전KDI, 내수 경기 둔화 이유로 금리 동결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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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부닥쳤다.

    금리를 올리자니 대외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가 받쳐주질 않고, 가만히 있자니 자본유출 우려와 금융불균형 누적이 심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미국은 이달 기준금리를 2.00~2.25%로 동결하고 내달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차이는 0.75%포인트로 벌어져있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이 2명으로 늘어난 데다 미국이 내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달 금리 인상설이 돌았지만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이주열 총재의 엇갈린 기준금리 신호로 금리 인상 시점을 판단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금리 인상을 힘들게 하는 주요인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국내 경제성장률 침체, 고용지표 부진 장기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3분기 성장률이 심각한 것은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개선보다 악화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3분기 수출은 호조지만 소비 증가는 1% 미만 수준이고,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감소세가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올해 성장률을 낮추고 있다. 

    앞서 한은이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7%)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8% 이상이어야 하지만 경기 부진이 발목을 잡는 상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성장률 지표는 한국경제가 사실상 경기침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안 좋은 경기여건에서 금융안정을 위한 한은의 금리 인상 명분은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가계부채는 정부 대책이 연이어 나온 상황에서 금리 카드를 쓸 만큼 시급하지 않다"며 "정부의 유류세 인하로 내년 소비자물가가 0.2~0.3%포인트 정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 지금 당장 금리를 인상해 얻을 이득이 보이지 않으므로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상책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준금리 동결을 권고하며 한은의 고민이 더 깊어졌다.

    KDI는 내수 경기 둔화와 고용 부진 장기화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금리 인상의 주요 근거로 제시되는 자본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우리 경제의 강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 수준의 금리 격차는 심각한 유출을 나타낼 정도의 위협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 간 내외금리 차에 대비하기 위해 연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은이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미국이 추가 인상을 단행한다면 금리 차는 1.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는 부분도 금리를 인상할 명분이다.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대출 규제 및 금융기관 관리 등 거시 정책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