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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일부 지역의 집값 하락이 가속화되면서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매매가가 2년 전 세입자와 계약한 전세보증금보다 낮아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내주지 못하는 것이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떨어져 집주인이 재계약을 할 때 돈을 내줘야 하는 곳들이 부지기수다.
문제는 이러한 역전세난으로 야기된 이자 부담 등으로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경남 창원, 거제 등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주택'과 '깡통전세'가 늘고 있다. 대부분 장기간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하락했거나 2년 전에 비해 매매가가 전셋값보다 더 많이 떨어진 지역들이다.
깡통주택은 매매가 하락으로 전세와 대출금이 매매 시세보다 높은 주택을, 깡통전세는 이로 인해 전세 재계약을 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경남 창원시는 현재 매매가격이 2년 전 전셋값 밑으로 떨어지면서 재계약 분쟁이 늘고 있다.
성산구 대방동 S아파트 전용 84.9㎡는 2년 전 전셋값 2억~2억2000만원에 계약됐는데, 현재 매매가가 이보다 평균 4000만원 낮은 1억6000만~1억8000만원으로 하락했다.
2년 전 매매가가 2억3000만~2억6000만원 선이었는데, 그간 8000만~1억원 이상 떨어지면서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 주택형의 전셋값도 현재 1억4000만~1억5000만원으로, 2년 전보다 내려 집주인이 집을 팔지 않고 전세를 재계약하려면 세입자에게 6000만~70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
한국감정원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성산구는 최근 2년새 아파트 값이 21.8% 하락했다. 이 기간 전셋값이 13.2% 내린 것에 비해 매매가 낙폭이 훨씬 크다.
감정원 조사 결과 최근 이 지역에서 거래된 전세물건의 65%가 '깡통전세'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방동 A공인 대표는 "새 아파트보다 낡은 아파트일수록 역전세난이 더욱 심하다"며 "집주인은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못 내주는 실정이고, 세입자는 제 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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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내린 경남 거제시는 지난 2년간 아파트 값이 28.3% 떨어지는 동안 전셋값은 33.3% 급락해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고현동 D아파트 전용 59㎡는 2년 전 전셋값이 1억3000만~1억4000만원이었으나, 현재 매매가는 8000만~1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전셋값도 6000만~7000만원에 불과해 2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태로, 전세 만기가 도래한 집주인은 집을 팔지 않으면 7000만원, 집을 팔아도 4000만원 이상 전세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거제시 B공인 관계자는 "그나마 자금 여유가 있는 집주인은 보증금을 내주고 있지만, 돈이 없는 경우는 집을 팔아도 2년 전 전세금을 충당할 수 없어 문제"라며 "최근 집이 잘 안 팔리면서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법적 분쟁도 늘어나는 등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방의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입주물량 증가에 있다. 2010년 이후 지속된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로 2014~2016년에 걸쳐 지방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분양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부터 이들 지역의 입주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경남도의 경우 2010년대 초반 연 평균 6000~2만가구에 불과하던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 4만여가구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입주물량도 3만7000여가구에 달하고 내년 역시 3만5000여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 만큼 '물량 폭탄' 후폭풍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조선 등 지역 기반산업의 위기로 경기 침체까지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집값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거제시 C공인 대표는 "산업 침체로 월급 근로자는 물론, 자영업자들도 소득에 급격하게 줄었는데 부동산시장이라고 버틸 수 있겠냐"며 "한 달 내내 거래 한 번 못 해 본 중개업소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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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지난해 말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늘어날 경우 이들 물건이 경매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경매 진행건수는 최근 29개월 만에 최다건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지난달은 주거시설에서 새로 경매시장에 나온 물건이 많았다. 대출금에 이자 연체가 쌓이고 쌓여 경매시장으로 나올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기준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지옥션 측은 "일단 주택담보대출 이자납입 연체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은행권의 연체된 연신에 대한 경매집행을 위한 행정기간이 2개월가량 소요되며 경매개시 결정부터 실제 경매 첫 진행일자가 잡힐 때까지 평균 6개월 소요된다"며 "시간을 역산하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 인상시기 이후 경매진행 건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로 신건이 증가하기 시작한데다 이달과 내달 중 또 다시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향후 경매 진행건수는 지속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지방의 집값 하락과 역전세난 문제가 심해지가 있지만, 뚜렷한 보호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미분양이 많은 지역 주택공급 물량을 조정하고, 최근 세입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대한 위축지역 특례 제도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장은 "내년 이후에는 지방뿐 아니라 서울·수도권 주택시장도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며 "과도한 집값 하락 지역은 세입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