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 가보니… 20년 넘었지만 새 건물 같은 최상 설비 유지
  • ▲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 전경. ⓒ한국야쿠르트
    ▲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 전경. ⓒ한국야쿠르트

    식품 공장이 드문드문 모여있는 마을 같은 곳.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은 언뜻 보면 새 건물 같았다. 1995년 설립돼 23년이 넘어가는 한국야쿠르트의 대표공장이지만 세월의 흔적은 육안으로 찾기 힘들어보였다.

    총 1만여평이 넘는 부지에 위치한 천안공장에서는 윌과 쿠퍼스 등 프리미엄급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하루 약 65만개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과 약 12만개의 '메치니코프', 약 15만개의 '쿠퍼스'가 생산된다. 총 142톤에 이르는 제품이 매일 생산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루에 사용되는 원유량만 약 85톤, 분유는 3톤에 이른다.

    지난 13일 오전 찾은 이 공장 생산 라인은 '쿠퍼스 프리미엄L', '윌' 제품을 만들어내느라 분주했다. 한국야쿠르트는 판매할 제품만을 전날 생산해 곧바로 냉장유통돼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매일매일 배달해야 하는 제품인만큼, 공장이 돌아가야만 내일 소비자들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곧 소비자들을 만날 제품들은 꽃단장에 분주했다. 

    이곳에는 제품의 생산을 위한 5만리터 규모 원유탱크 5개와 1만4000리터 규모 배양탱크 25개가 갖춰져있다. 이 거대한 탱크들 사이에 서 있자니 공간이 비현실적이게 느껴졌다. 여느 공장에서나 있는 바닥의 물기조차 없는 마치 세트장 같은 공간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난쟁이가 된듯한 기분을 느끼며 탱크들 사이를 지났다.

  • ▲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 배양탱크, 원유탱크. ⓒ한국야쿠르트
    ▲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 배양탱크, 원유탱크. ⓒ한국야쿠르트
    이 탱크를 거친 제품들은 십수개의 필터를 거치며 포장 공정 공간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공병마저 직접 만든다. 배양, 발효한 제품을 이곳에서 직접만든 공병에 넣는, 사실상 외부 이물질이 들어가기 상당히 어려운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다음날 곧바로 소진하는 제품이니만큼 한국야쿠르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품질, 그리고 위생이다.

    원유가 지나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몇발자국 떼기도 전에 '비전 시스템' 화면이 떠 있었다. 각 공정 단계에서 이물을 검사하는 장치다. 이곳을 통과하지 못한 제품들은 가차없이 컨베이어벨트에서 낙오된다. 원유는 물론이고, 방금 만들어진 공병조차도 심판대를 피할 수 없다. 공병 내부에 혹시 남아있지 모를 분진을 선별, 제거하기 위해 '이온세척기'가 마련돼있다. 이온화된 에어를 주입해 용기내부의 정전기를 없애고 이물을 제거하는 이 공장의 자랑거리다.

    쿠퍼스 프리미엄L은 거쳐야 하는 단계가 하나 더 있다. 이중캡으로 쿠퍼스를 단번에 인기 제품으로 올려준 정제가 들어있는 그 건강기능식품이다. 이 제품은 뚜껑에 정제 형태의 밀크씨슬 260mg, 용기에는 액상 형태의 헛개나무 추출 분말 2469mg을 함유해 평소 간 건강뿐만 아니라 알콜성 간송상으로부터 간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식 필수품'으로 소문이 나 회식 자리가 많은 연말, 연초에는 판매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 제품이 소비자들을 만나기 위해 공장을 나가려면 '캡 적외석 카메라 시스템'을 지나야 한다.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캡 내 정제유무는 물론이고, 정제 깨짐 유무도 잡아낸다. 알약이 들어가는 이중캡 음료 제품을 자동화 설비로 생산하기 위해서 한국야쿠르트가 마련한 시스템이다.
  • ▲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 쿠퍼스 비전시스템. ⓒ한국야쿠르트
    ▲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 쿠퍼스 비전시스템. ⓒ한국야쿠르트
    다 만들어진 제품은 관능검사도 거쳐야 한다. 20분마다 작업자가 직접 제품을 확인한다. 이렇게 힘든 생산 과정을 거친 제품들이지만, 한국야쿠르트는 혹시 모를 품질 이상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된 제품 중 일부를 1~6일차로 분류해 실온과 25도 상황에 두고 확인한다.

    25도는 유산균이 가장 잘 자라는 온도 조건이다. 최악의 조건까지 두고 품질 이상이 생기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을 둘러보며 느낀 점은 위생에 대한 집착과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공장 곳곳에 묻어있다는 점이었다. 이날 만난 권오근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 공장장은 매일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직접 관능검사한다. 질리도록 먹었을 쿠퍼스와 윌이지만, 권 공장장이 이 공장에 느끼는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권 공장장은 "쿠퍼스 프리미엄은 올해도 생산량을 1000억원을 넘겼다"며 "천안공장에서만 단일품목으로 1000억원 돌파 제품이 2개나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공장장을 포함해 이곳에는 총 7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천안공장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공장 곳곳의 잘 관리된 시설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권 공장장은 제품의 품질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식품업체의 숙명이라고 했다. 품질 조건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고, 검사를 위해 최대한 많은 제품을 먹어보라고 직원들에게 권하고 있다. 그는 "품질리스크로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가져오는 것보다 사전에 품질 검사를 위해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품질 로스를 감수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다"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식품업계의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권 공장장은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싸게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식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철학'이 아니고 '기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이 20년이 넘었음에도 새 건물 같은 외관을 자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권 공장장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설비 유지 보수를 통해 최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집안이 깨끗해야 건강할 수 있듯이 현장이 깨끗해야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경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야쿠르트는 대한민국 최초의 발효유 '야쿠르트'를 선보인 1969년 창업 회사다. 발효유 시장 1위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는 한국야쿠르트는 올해 기준 국내 발효유 시장의 40%를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평택, 논산, 천안, 양산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천안 생산공장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과 건강기능식품 안전인증인 'GMP'를 동시에 받은 공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