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LG생활건강·이랜드 외식 철수롯데·신세계 역시 10여년만에 방빼中 성장률 둔화·정치적 영향 탓
  • ▲ 에잇세컨즈 중국 상해 플래그십스토어ⓒ삼성물산 패션부문
    ▲ 에잇세컨즈 중국 상해 플래그십스토어ⓒ삼성물산 패션부문
    최근 국내 유통업계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초 14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가진 중국 시장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라보며 앞다퉈 뛰어들었다. 어려워지는 국내 경영환경 속에서 국내 사업만 바라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와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 등으로 짐을 싸거나 전략 수정에 나섰다.

  • ▲ 중국 내 롯데마트의 모습. ⓒ롯데마트
    ▲ 중국 내 롯데마트의 모습. ⓒ롯데마트
    ◇화장품·패션·외식… '中 엑소더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분의 에잇세컨즈는 지난 7월께 중국 상하이 화이하이루에 있는 플래그십스토어의 문을 닫았다. 

    이 매장은 지난 2016년 9월 3630㎡(약 1100평) 규모로 오픈했다. 특히 업계 1위로써 에잇세컨즈의 글로벌 진출을 공식화한 곳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소비자 니즈 파악과 함께 사드 배치에 따른 이슈로 매출 하락세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패션 시장은 글로벌 패션업체들의 전쟁터로 떠오를 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실제 올해 에잇세컨즈 중국법인의 상반기 매출은 28억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1% 감소했다. 이 기간 반기순손실도 114억8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과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의 중국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결정했다. 회사 측은 대신 온라인과 헬스앤뷰티 스토어 등 최근 부상하고 있는 유통 채널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에서 성공 신화로 통하는 이랜드 역시 외식 사업이 녹록지 않다. 이랜드는 지난 5월 중국 커피빈 사업 철수했다. 비효율 브랜드 및 매장을 철수하고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해에는 이랜드가 중국 상하이에서 운영하던 자연별곡&애슐리 마저도 폐점하기도 했다.

    오뚜기는 지난 4월 중국 판매법인 북경오뚜기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까지 중국에 수입대리상을 두고 300여종의 품목을 납품해왔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로 생산공장 2곳을 유지하고 유통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패션, 화장품, 식품뿐 아니라 유통대기업들은 일찍부터 중국 시장에서 진출했지만 줄줄이 쓴맛을 봤다. 2008년 베이징에 첫 매장을 냈던 롯데는 10여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1997년 진출한 신세계그룹 이마트도 지난해 12월 중국 시장에서 방을 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양국의 교류가 활발해지긴 했지만 사업에 있어 분위기는 아직 싸늘하다"면서도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한국 만큼이나 중국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 상승으로 국내 업체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 베트남 이마트 고밥점에 노브랜드 과자. ⓒ이마트
    ▲ 베트남 이마트 고밥점에 노브랜드 과자. ⓒ이마트
    ◇中 성장률 둔화… 사업 불확실성 ↑

    유통업계의 중국 탈러시가 계속되는 배경에는 경제 성장률이 둔화와 현지 업체의 성장 및 경쟁 심화 등을 꼽았다. 특히 정치적으로 변수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대표되는 사례가 중국의 사드 여파로 사업 환경이 극도로 악화됐다.

    롯데는 사드 부지를 제공한 후 중국 현지에서 눈에 보이는 매출 하락 외에도 사업 기회 손실 등으로 입은 유무형의 피해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통 계열사들이 영업정지와 불매운동 영향을 받아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했다. 최근 중국의 사드 여파가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롯데가 운영하는 상품 판매점이나 호텔 등 롯데와 관련한 상품도 팔아선 안 된다는 조건을 다는 등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의 통상 갈등으로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중국 경제는 성장률 상승세가 지속되다가 2007년 14.2%의 성장률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7.0% 성장률을 기록하고서 2017년부터는 6.8∼6.9%대 성장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올해 1분기 6.8% 성장 이후 2분기 6.7%, 3분기 6.5%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시장 및 투자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통업계의 중국 전략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중국경제의 단기간 내 급격한 성장률 하락 가능성은 낮지만, 중장기적인 하향세 및 구조적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면서 "중국 소비재 시장 진출을 위해 지역별 소득·소비성향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유통업계가 중국 시장에서 벗어나 차세대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한류 영향력이 강한 동남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경우 2013~2015년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3%를 울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정도로 경제 대국이고 같은 한자 문화권, 지리적 위치, 한류의 흥행 등의 이유로 그동안 많은 유통기업이 중국 사업에 집중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러나 지난해 사드보복에서 보여줬듯이 중국과의 관계는 외교 문제로 언제든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가 지난해 사드 보복으로 기업들에 각인돼 유통기업들이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