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집 통했다…성명서 보호주의 언급 피해WTO 개혁·난민 문제도 미국 측 목소리 반영키로
  • ▲ 기념촬영하는 각국 정상 ⓒ 연합뉴스
    ▲ 기념촬영하는 각국 정상 ⓒ 연합뉴스

    G20 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무역과 지구온난화 문제를 놓고 의견차를 보였지만, 파국은 피했다.

    G20은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틀간 열린 정상회의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세계 무역 갈등의 중심인 보호주의를 언급하지 않은 채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공감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견을 나타냈다. 미국은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고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을 제외한 19개국은 기후변화협정을 되돌릴 수 없으며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해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해당 내용을 두고 이견이 있었지만, 미국의 의견은 결국 성명에 반영키로 했다.

    올해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에 따른 갈등 고조로 G20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될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공동성명은 G20의 정책 실행에 구속력이 없지만 지구촌이 당면한 현안에 대한 해법과 방향성을 담았다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G20 정상들은 보호무역, 이민·난민, 기후변화 등의 쟁점에서 서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이로 공동성명 불발이라는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G20 정상회의 회의에 앞서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행보는 합의점 도출을 막는 최대 복병으로 여겨졌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브렉시트 등 G20 내부에는 예상외로 복잡한 대립각이 형성돼있어 G20 정상들이 통일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간 내내 계속됐던 갈등에도 미국이 공동성명에 결국 서명한 것은 '승리'라고 자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합의를 이뤘다. 미국이 텍스트를 수용했다"며 환영했다.

    무역갈등, WTO 개혁, 이민 등 껄끄러운 분야에서 미국의 목소리가 상당히 관철된 점에서 미국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성명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행사에서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던 '보호주의 배격'이라는 문구가 미국의 강력한 반발로 아예 빠졌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각각 상대편에서 수입한 2500억 달러, 1100억 달러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7∼8월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9월에는 2000억 달러 규모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10% 관세율은 내년 1월부터 25%로 인상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불공정 통상 관행과 그와 결부된 국가안보 위협을 무역 전쟁의 명분으로 강조해왔다.

    미국이 주장해 온 ‘WTO 개혁’에 대해선 이견이 거의 없었다.

    그동안 미국은 세계 무역 분쟁의 최고 법원인 WTO 상소 기구가 자신의 영역을 뛰어넘고 WTO 규칙을 위반하고 있는 등 WTO의 분쟁해결 제도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미국은 이런 이유를 들어 상소 기구에서 공석이 된 후임 위원 선정 절차에 참여를 거부했다.

    난민 문제도 큰 마찰 없이 마무리 됐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경장벽 건설 등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고수해온 미국은 이민과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원칙만이 공동성명에 포함되도록 했다.

    결국, 공동성명은 증가하는 이민자의 이동과 난민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 노력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들이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선에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