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유지보수 철도공단 일원화 목소리 고개고속철 경쟁 유도 바람직… 작년 코레일 적자 개선
  •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발 고속철(SRT) 운영사 ㈜에스알(SR)의 통합논의를 위한 연구용역이 잠정 중단됐다. 지난해 말 잇단 사고로 철도산업 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의가 뒷순위로 밀려서다.

    철도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선 철도 구조 개편 방향과 관련해 상하분리를 유지하되 나뉜 건설·유지보수 업무를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일원화하고, 운영은 경쟁 효과를 계속 유도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2일 인하대 산학협력단에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연구용역을 일시 중지하라고 통보했다.

    지난해 말 강릉선 KTX 탈선 등 철도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토부가 철도 안전 전반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빈번한 (KTX 열차) 사고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며 "현재의 철도 정비시스템이나 이후 대처 문제에 어떤 조직적, 재정적 결함이 있는지 감사결과를 종합 반영해 철도발전방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는 오는 6월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가 대개 6개월쯤 걸리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애초 지난해 12월 중순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다가 부실한 설문조사가 문제로 지적돼 오는 3월로 미뤄진 연구용역이 6월 이후로 다시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건설·유지보수 이원화를 비롯해 열차 내 안전인력 부족, 정비인력·조직 적정 여부 등 구조적 불안전 요인에 대해 아예 별도의 정책연구용역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전문가는 "코레일·SR 통합 관련 연구용역은 애초 철도 안전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게 아니어서 국토부는 따로 정책연구용역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국토부가 안전에 방점을 둔 연구용역을 따로 진행한다고 해서 기존 연구용역이 사장되는 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국토부 관계자도 현재의 연구용역에 대해 중단이 아닌 일시 중지라고 표현했다. 다만 국토부가 큰 틀에서 철도 구조 개선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현재의 연구용역은 의미가 축소되거나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철도전문가는 "지난해 말부터 국토부 내부에서도 현 연구용역이 부실하면 결과를 무시하고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귀띔했다.

    현 연구용역은 연구책임자인 김태승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장이 코레일 철도발전위원회 위원장 출신이고, 연구진 전문성 부족과 코레일에 유리한 설문조사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 ▲ 탈선한 강릉선 KTX 열차.ⓒ연합뉴스
    ▲ 탈선한 강릉선 KTX 열차.ⓒ연합뉴스
    철도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철도청 시절로 회귀하거나 현재의 불합리한 상하구조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일단 철도노조는 철도 관련 기관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선 정부에서 추진한 SR 분리,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른 대규모 인력감축이 철도 안전을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논리다. 공공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면 조직을 통합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러나 코레일과 철도공단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구조개혁을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돼 분리됐다. 2004년 기존 고속철도공단과 철도청 건설부문을 엮어 철도공단이, 이듬해 철도청 운영·물류부문을 합쳐 코레일이 각각 출범했다.

    수평통합의 경우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SR 출범으로 코레일이 적자로 돌아섰다며 벽지노선 운행 등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통합이 답이라는 태도다. 코레일은 2014년 공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1034억원 흑자를 냈다. 이후 2015년 1144억원, 2016년 1539억원의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SR이 출범한 2017년에는 2500억원쯤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레일 적자는 SR 탓이 아니라는 게 철도전문가의 분석이다. SR 출범 이전 SRT 22편성을 KTX 노선에 임시 투입해 1년 6개월간 2000억원 이상의 가욋돈을 챙기고, 2016년 72일간 계속된 철도노조 파업으로 7000여명의 인건비 1000억원쯤이 지출되지 않았던 게 흑자를 낸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정부는 철도 공공성을 강조하며 큰 폭으로 깎였던 공익서비스(PSO) 보상 예산을 코레일이 흑자를 냈던 당시 수준으로 빠르게 되돌리고 있다. 철도전문가는 "2017년 KTX 이용객은 하루평균 16만명으로, SRT 22편성을 함께 운행했던 2016년보다 1만4000명밖에 줄지 않았다. SR 출범으로 전체 고속철 이용수요가 늘었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지난해 코레일의 영업손실 규모도 900억원쯤으로 다시 개선되고 있어 기존의 통합논리는 약하다"고 부연했다.

    코레일과 철도공단의 상하통합 논의도 앞으로 남북·대륙철도 연결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상하분리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잖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유럽의 열차가 들어올 경우를 생각하면 선로사용료 등의 창구를 일원화해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고 형평성에도 맞다"며 "철도노조 주장대로면 외국의 철도운영사와 경쟁해야 할 당사자가 선로사용료를 챙기는 이상한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철도업계에선 제2의 강릉선 KTX 탈선 사고를 막으려면 코레일이 위탁 처리하는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건설을 담당하는 철도공단에서 맡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운영과 건설·유지보수를 명확히 나누는 게 사고 책임 규명이나 재발방지책 마련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철도 기술발전과 안전을 위해 유지보수는 시설관리자가 하는 게 맞다"며 "상하분리 당시 7000여명 규모의 유지관리 인력이 철도공단이 아닌 코레일 소속으로 넘어갔는데 유지보수나 관제를 운영자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