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교수 "삼바 사건, 새 회계기준 정립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분식회계의 보호법익은 '투자자 보호를 통한 자본시장의 육성'
  • ▲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 행정소송 쟁점과 전망' 전문가 토론회에서 시민단체가 내세운 삼바 사건 관련 가설의 오류를 지적했다.

    우선 그는 이번 삼바 사태의 쟁점을 새로은 회계기준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이라고 짚었다.

    전 교수는 "이번 삼바 사건은 종래의 회계기준인 미국식의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방식으로부터 유럽식 국제회계기준인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방식으로 변경, 적용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회계기준을 정립하지 못해 혼란이 초래된 사태"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이 사건은 자본시장법상의 허위공시에 관한 행정처분 사건"이라며 "법리적으로는 행정처벌 외에도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더 나아가 증권집단소송까지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법리적 검토가 선행돼야 하는 사건"이라고 봤다.

    전 교수는 "이번 사건은 삼바뿐만 아니라 콜옵션을 정한 합작법인 모두에게 시금석이 될 수 있다"며 "중대한 사건인 만큼 법리적으로 충분한 검토와 합목적적인 결론이 나와야 향후 국내 바이오사업은 물론이고 국내 외국인들의 투자와 국내 노동시장의 일자리 창출, 신산업 성장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시민단체가 세운 삼바 사건 쟁점 관련 가설의 오류는?

    전 교수는 이번 사건의 쟁점을 '왜 2014년까지는 삼바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회계처리하다가 2015년에 비로소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는가'로 보고, 시민단체가 세운 가설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시민단체들은 2012~2014년까지 삼바가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했더라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합병 전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0.35주는 초과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삼바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피스의 자산가치가 2015년 이전과 이후가 동일한지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5년 이전의 에피스는 벤처기업에 불과했다"며 "2015년 이전과 이후의 에피스의 자산가치는 크게 달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에피스는 지난 2015년 10월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엔브렐'이 국내 시판 허가를 받고, 2016년 1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음으로써 기업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시민단체가 제시한 두 번째 가설은 삼바 측이 뚜렷한 변경요인 없이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에피스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능성이 높아졌고, 단독지배에서 공동지배로 전환하게 될 상황이었기 때문에 회계처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이라고 논박했다.

    삼바는 바이오젠과 콜옵션 이면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경우 공동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민단체가 내세운 세 번째 가설은 삼바가 자의적으로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삼바는 국내 3대 회계법인인 삼일, 안진, 삼정의 자문을 받아 회계기준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은 근본적으로 외부감사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가설들은 법원에서 심리를 통해 충분히 검증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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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분식회계의 보호법익은 '투자자 보호를 통한 자본시장의 육성'

    전 교수는 분식회계와 보호법익에 대해서도 다뤘다. 삼바가 회계기준을 변경한 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주주에게 손해를 가했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 교수는 "분식회계를 법으로 통제하는 이유는 시장에서의 사기 행위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고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허위공시라는 기망행위를 통해 피해자가 착오를 일으켜 처분행위를 했어야 하며, 그 처분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그는 분식회계의 보호법익이 '투자자 보호를 통한 자본시장의 육성'이라고 봤다.

    전 교수는 "삼바 사건의 경우 회계기준변경 후 주가가 크게 상승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주주들이 착오를 일으키도록 하고, 이로 인해 주주들이 처분하게 해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전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금융당국이 법적 판단을 수시로 번복함으로써 국민 신뢰가 하락하고 자본시장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금융감독당국을 제외한 회사와 회계법인,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회계처리기준 변경으로 인한 혼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삼바 사건은 법원으로 그 공이 넘어갔다"며 "부디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사법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