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개미 순매수 1·2위 미국 장기채 ETF엔화 약세 지속·국채 금리 급등에 이중고5월 FOMC 결과 분수령…금리 동결 가능성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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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적인 엔화 약세 흐름이 좀처럼 깨지지 않으면서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엔화값이 160엔을 돌파했다. 더블 수익을 기대하고 일본 엔화로 미국 장기채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이중고에 놓였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10시30분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60엔을 돌파했다. 다만 당일 일본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추정되는 엔화 매수세에 힘입어 오후 1시께 엔·달러 환율이 150엔 중반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했지만 지난 26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추가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 초유의 엔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1월 140엔대 수준이었으나 우상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연내에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며 엔저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달라지지 않았다.

    일본 엔화로 미국 국채를 매수해 엔화 강세와 금리 하락에서 오는 더블 수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9일까지 일학 개미들의 순매수 1위와 2위 종목은 모두 미국채 엔화 ETF다.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ETF(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으로, 3억5451만달러(약 488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아이셰어즈 7~10년 미국채 엔화 ETF(ISHARES CORE 7-1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도 2887만달러(398억원)어치 사들였다. 

    엔화가 오를 때 발생하는 환차익과 미국채 가격 상승이라는 수익 극대화 전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내림세를 이어간데다 미국 10년물 장기채 금리도 4.6%대까지 오르며 이중고에 놓였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각각 -13.1%, -7.3%지만 엔화 환차손(-5%)까지 반영한다면 손실율은 더 크다.

    한동안 이들의 손실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인 가운데 일본 정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슈퍼엔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 탓이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미야리 유스케 외환전략가는 "29일 엔화의 움직임은 시장이 (외환정책을 감독하는) 재무성과 싸우는 것을 많이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거시경제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160엔으로 다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엔·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를 가름할 변수로 주목되고 있다.

    시장에선 최근 물가 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도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점이 지연되면서 엔화 약세는 당분간 150엔대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5월 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마저 소멸시키는 매파적 스탠스를 취할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달러 가치의 추가 상승 폭을 결정할 기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