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분기 깜짝 성장에 연간 성장률 상향조정 러시 … 정부도 조정 전망미국 1분기 성장률은 1.6% '저조' … 韓 수출 및 금리·환욜 등에 악영향전문가 "美 고금리 기조로 韓 금리인하 늦춰 투자↓·부채↑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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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이런 관측은 한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우리 경제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원·달러 환율 변화의 영향권에 직접적으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1일 한국은행과 정부 등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3% 증가했다.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로 앞선 정부 예상치(0.5%)와 시장 예상치(0.6%)를 2배 넘게 웃돌았다.
고물가 등의 여파로 내수 침체가 우려된 상황에서 깜짝 놀랄만한 수치인 만큼 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 '경기 회복의 청신호'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은 민간 주도 성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부여된다. 정부 당국자는 "재정 주도가 아니라 민간이 전체 성장률에 온전히 기여했다"며 "정부 기여도는 0%포인트(P)"라고 말했다. 예상 밖 성장세에 정부는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최대 2%대 후반으로 상향 조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올해 남은 2~4분기 모두 전 기간 대비 '제로 성장'이 이어진다고 해도 연간 성장률이 2.3%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소폭이라도 올리는 방향으로 조정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25∼26일 국내 10개 증권사(한국투자·SK·KB·하나·메리츠·유진투자·상상인·삼성·하이투자·신한투자) 연구소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평균 2.4%로 이전보다 크게 올랐다. 삼성증권은 기존 전망치보다 3.0%p 높여 가장 높은 2.7%를 제시했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치 중간값도 2.0%에서 2.5%로 0.5%p 높아졌다고 국제금융센터는 밝혔다.
이처럼 낙관론이 팽배한 가운데 일각에선 성장률 전망치 조정을 두고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먼저 1분기 깜짝 성장에는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민간 소비의 선전에 해외 소비분이 반영된 착시라는 해석도 있었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 발표 뒤 한 기자설명회에서 '갤럭시 신형 휴대전화 출시 효과'와 '평년보다 온화한 겨울 날씨'를 언급했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외부 활동이 늘었고, 건설 현장 작업 진행 역시 활발해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맞물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각각 0.4%p에 달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가 처해있는 고물가·고금리 등 위기는 여전하다. 특히 이란-이스라엘 분쟁으로 휩싸인 중동 악재로 유가와 환율은 오름세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에서 기인한 악재는 에너지 측면에서의 비용 상승을 유발한다"며 "이는 곧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1.6%, 연율 기준)은 부정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4분기 3.4%에서 1.8%p 둔화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집계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6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0.6%p 올리며 "미국의 지난해 경기 호황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IMF가 발표한 지 9일 만에 일각에선 미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한 곳인 만큼 국내 성장을 이끄는 수출 개선세에 먹구름이 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생긴다. 우리나라 경제 특성상 미국 경제가 악화할 때 함께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고물가·고금리 등에 미국의 경기 둔화가 더해지면 우리 경제는 위기에 놓이게 된다는 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시장이 예측한 6월에서 더 미뤄질 공산이 커진 점도 비관론에 힘을 더한다. 한국의 금리제도가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 둔화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인지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엿볼 수 있는 주요 변수다. 만약 미국 물가가 안정을 찾아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면 우리나라도 점차 고금리 상황을 해제할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미국 경기 둔화가 길어져 금리인하 시기가 멀어지고, 중동 악재 등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외부 요인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올해 한국 성장률에는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은 역기저 효과로 인해 더 부풀려진 것이고, 고용과 소비는 여전히 탄탄한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는 이르다는 견해도 있었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지난달 소득과 소비 성장세는 탄탄했다"며 "1분기 GDP 성장률 둔화가 스태그플레이션 신호가 아니라고 다소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에우제니오 알레만 레이먼드 제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미국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며 "물가는 예상치를 벗어나긴 했지만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중국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4% 후반대)보다 높은 5.3%를 기록한 것도 국내 수출산업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미국과 함께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5% 안팎)를 뛰어넘으면서 경제 회복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편, 야권에서는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 25조 1000억 원 가운데 35.4%를 1분기에 집행했다. 1분기 내수 성장을 이끈 건 전 분기 대비 2.7% 증가율을 기록한 '건설투자'라는 분석이 나온 만큼 재정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1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경제 상황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등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을 위한 자금 조달은 국가에서 채권을 발행해서 구멍을 메꾸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 경우에는 대개 시중금리까지 오르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