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철도본부 담당자 고장 내용조차 몰라… 기강해이
  • ▲ 서울지하철 1호선.ⓒ연합뉴스
    ▲ 서울지하철 1호선.ⓒ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차량 정비에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차 고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보고 체계도 허술해 기강해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25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6분 안양역에서 서울 방향으로 가던 서울 지하철 1호선 전동차가 고장으로 멈췄다. 출근길 승객 1200여명이 전동차에서 내려 다음 전동차로 갈아타는 등 혼잡을 빚었다.

    해당 전동차는 제동장치와 출입문 등을 제어하는 공기압이 떨어져 멈춰 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전동차는 1998년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신 전동차는 공기압을 전기식으로 제어하지만, 이날 멈춰 선 전동차는 3개의 압축기가 공기압으로 출입문과 제동장치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1㎠당 공기압이 6.5㎏ 밑으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멈추게 돼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공기압축기 3개 중 2개가 고장 나 작동을 멈췄다"며 "제동 등은 압축기 1개로도 가능하지만, 출입문을 여닫을 때마다 공기압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당 열차와 같은 시기 납품된 전동차가 총 135량 있다는 점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모든 전동차는 노후화하면 장애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도업계 일각에선 정비 쪽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전동차가 낡긴 했으나 그동안 이렇다 할 문제가 없었다면 부품보다 정비 쪽에 하자가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 ▲ 멈춰선 1호선.ⓒ연합뉴스
    ▲ 멈춰선 1호선.ⓒ연합뉴스
    코레일이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전동차는 전날에도 고장이 발생했다. 24일 오전 8시40분께 신도림에서 구로 방향으로 운행하던 전동차의 출입문에 장애가 생겨 출근길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해당 전동차는 신도림역에서 출입문 1개가 작동하지 않아 첫 번째 장애가 발생했다. 전동차는 역무원의 긴급 조처로 다음 정차역인 구로역까지 갔으나 다시 고장이 났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승객이 모두 내려 다음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코레일은 출입문을 동작하는 전자기기인 제어 유닛이 일시적으로 오류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입문 바닥에 광고 전단이 말려 끼어있는 것도 확인됐다. 코레일은 광고 전단으로 말미암아 전자 제어장치에 오류가 발생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취재 결과 코레일은 전동차 운영상황 관리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코레일 광역철도본부에서 전동차 운행상황을 관리·점검하는 모 간부직원은 고장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동차가 언제 어디서 고장이 났는지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취재 도중에야 전날 자신의 휴대전화에 전동차가 고장 났다는 문자메시지가 수신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간부는 "문자메시지가 왔을 때 개인 사정으로 병원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오후에 출근하고도 내부에서 전동차 고장에 대해 보고나 지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코레일 내부의 기강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 KTX 산천.ⓒ연합뉴스
    ▲ KTX 산천.ⓒ연합뉴스
    코레일의 정비 불안은 KTX도 마찬가지다. 지난 22일 행신역을 출발해 서울역에 정차한 KTX 157호 열차는 18호 객실차량의 출입문이 고장 난 채로 부산까지 운행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출입문이 평소보다 빨리 닫혀 해당 출입문을 폐쇄하고 안내방송을 했다"면서 "현장에서 즉각 정비가 안 되는 상황이었고, 열차 운행에는 문제가 없어 (회송하지 않고) 운행했다"고 설명했다.

    KTX 차량 출입문도 전동차처럼 공기압을 이용해 여닫는다. 평소보다 문이 빨리 닫힌다면 승객이 뒤늦게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코레일은 행신역을 출발한 이후 출입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견해다. 출입문 근처에 설치된 센서가 공기압 부족 등을 감지하는 데 문제가 있으면 열차가 출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평소보다 문이 빨리 닫히는 오작동이 보고돼 서울역에 도착하기 전에 출입문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면 코레일이 사실상 행신역을 출발하기 직전에 차량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운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해당 열차는 행신역을 출발하기 전 고속철도차량정비단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운행 전 정비과정에서 공기압 불량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철도전문가는 "코레일 내부에서 정비인력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인력이 부족한 것인지, 인력은 적정한 데 운용상 문제가 있는 건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 코레일 사옥.ⓒ뉴데일리DB
    ▲ 코레일 사옥.ⓒ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