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박항서 신드롬’을 언급하고 있다.
    ▲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박항서 신드롬’을 언급하고 있다.
    청와대가 제 무덤을 팠다. ‘헬조선’의 해법으로 ‘탈조선’을 꺼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층과 50~60대에 우리나라를 떠나 동남아시아로 떠나라고 부추긴 것이다. 핵심 경제정책인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청·장년층이 아세안으로 떠나면 ‘헬조선’이 ‘해피조선’이 될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분야의 ‘브레인’을 맡고 있다. 신남방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물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해법으로 신남방정책을 강조하며 탈조선을 독려한 것.

    그는 28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강연을 하며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비하했다. 또 ‘문송합니다’로 요약되는 인문계열 취업준비생에게도 비수를 꽂았다.

    국어국문학과 등을 졸업한 학생들에게 우리나라에서만 취업에 목매지 말고 동남아로 떠나 우리말을 가르치는 교사직을 하라는 것. 베트남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현지에서 우리말을 배우기 위해 ‘난리’이기 때문에 취업이 어려운 문과 졸업생들을 동남아로 보내고 싶다는 주장이다.

    50~60대 장년층에 대해서는 ‘할일 없이 산에 가거나 험악한 댓글을 쓰는 무리’라고 폄하했다.

    또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예로 들며 동남아와 인도로 떠나야 한다고 충동질했다. 박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구조조정된 후 베트남에서 재기한 것처럼 장년층도 우리나라를 떠나 동남아에서 ‘인생 이모작’에 성공하라는 주문이다.

    장내 분위기는 싸늘했다. 정부가 실상을 외면하고 국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구조의 문제로 청·장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특정 세대를 꼬집어 모욕적 언사를 퍼부어서다.

    김현철 보좌관의 발언과 경제구조에 관한 가치관은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없다. 청와대가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 등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성장 고착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뚜렷한 해결책인 정책이 아닌 국민에 불신만 안겨주는 발언을 했다. ‘브레인’이 선택한 방안이 국민이 우리나라를 떠나는 것이다. 청와대 중추가 이러한 생각을 하니,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김현철 보좌관은 경제정책에 한해 청와대의 ‘가늠자’다. 그와 청와대에 되묻고 싶다. 헬조선의 해법은 탈조선 뿐인가. 우리 경제가 살아날 길은 더 이상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