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정책 소외 불만 터져 나올 듯文대통령, 내주 주빈 자격으로 초청 간담회
  • ▲ 문 대통령, 혁신벤처기업인들과 간담회.ⓒ연합뉴스
    ▲ 문 대통령, 혁신벤처기업인들과 간담회.ⓒ연합뉴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이 다음 주 문재인 대통령과 대면하지만, 기대감은 크지 않아 보인다. 첫 만남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중소·벤처기업, 대기업 대표를 만난 데 이어 다음 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초청해 간담회를 한다고 밝혔다. 한정우 부대변인은 "새로운 자영업 생태계 만들기 등 자영업 정책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중소벤처기업부도 청와대 발표가 있을 때까지 간담회 날짜를 모른다고 했다"며 "다만 일부에서 신원조회 중이라는 얘기가 들리는 걸 보니 이번엔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청와대 초청 행사는 애초 지난달 28~29일께 열릴 거라는 얘기가 돌았다. 일각에선 그동안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대립각을 세웠던 만큼 정부가 구정을 앞두고 벌집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일정을 늦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초청 간담회는 소상공인이 다른 경제단체의 들러리가 아닌 주빈으로서 청와대를 방문하는 최초의 행사다.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외국기업보다 국내 벤처기업이 규제를 더 받는 역차별에 대해 작심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상공인들의 발언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일단 국정 최고책임자와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과) 따로 만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대통령을) 직접 만난다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소통의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이라 본다"고 했다. 그동안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 정책 담당자들이 현장과 교류가 부족하다 보니 공감하지 못하고,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아 대책의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해왔다.

    최 회장은 이번 만남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 회장은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줄지는 알 수 없으나 (소상공인이 바라는 답변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은 "아직 날짜도 의제도 확인된 게 없지만, 발언 기회를 준다면 소상공인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고,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만 해도 4대 보험에 가입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아르바이트 등) 40%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선 "현실적인 문제이니 참석자들이 많은 얘기를 할 것"이라면서 "시장 자체가 안 좋아 장사가 안되는 게 근본적인 문제이고, 설상가상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출 부담이 커져 어려움이 가중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대통령의 답변 여부를 떠나 최저임금의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성에 대해 호소하겠다는 태도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경제부총리로선 처음으로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은 자리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검토해봤으나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회장은 정부와 여당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대책으로 내놓은 상가 임차료나 카드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선 "(현 정부 들어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의 대책이라기보다) 앞선 정부에서도 제기됐던 밀린 숙제일 뿐"이라며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실효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은 정부 지원을 받아 먹고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한다"며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이번 만남이) 서로에게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소상공인 현장소통 간담회.ⓒ연합뉴스
    ▲ 소상공인 현장소통 간담회.ⓒ연합뉴스
    업계 일각에선 청와대가 전시행정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간담회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홍 부총리의 소상공인연합회 방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지난번 홍 부총리의 행보에 대해 "소통에 나섰지만, 여전히 불통이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특별한 내용도, 논쟁도 없었다"며 "방문 자체에 의미를 두는 듯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부총리는) 최저임금과 관련해 소상공인 처지를 이해한다기보다 정부 입장을 이해해달라는 태도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간담회를 마친 홍 부총리가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과 만나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소상공인연합회도) 이해하는 것 같더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참석자들이) 어떤 부분을 어떻게 이해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경제수장의 불통을 지적했다.

    소상공인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을 굳이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구분하거나 혼용해 쓰는 배경에는 80개 단체로 이루어진 법정 경제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의 의견을 일부의 목소리로 축소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급조한 일부 자영업 어용단체의 이견을 소개하면서 마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견해가 다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 제정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견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서 "하반기 국회에서 법이 마련된다면 정책이 사각지대 없이 더 체계적으로 갖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2일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이 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닷새 만에 경제수장과 여당 대표의 발언이 엇갈린 셈이다.

    소상공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 하겠다는 말은 올 1년도 그냥 보내겠다는 것"이라며 "일각에선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법 제정을 의도적으로 늦추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