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발포주 ‘필라이트’ 인기에… 오비맥주 ‘필굿’으로 맞불맥주업계, 배수의 진… 신제품 출시로 올해 여름 승부수
  • ▲ 오비맥주 '필굿'(왼쪽)과 하이트진로 '필라이트'ⓒ각 사
    ▲ 오비맥주 '필굿'(왼쪽)과 하이트진로 '필라이트'ⓒ각 사
    주류업계가 올해 ‘맥주’로 승부수를 내건다. 오비맥주가 가정 시장을 탈환하기 위한 신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부진했던 하이트를 대신할 새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주류는 올해 맥주 전담 부서를 만들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

    ◇ ‘12캔에 1만원’ 경쟁…오비맥주 발포주 ‘필굿’ 출시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발포주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가성비가 일반 맥주보다 월등한데다 최근 일부 가정용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판매량이 카스 판매량을 앞지를 만큼 발포주 시장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아 위협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비맥주의 발포주 신제품 ‘필굿’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필굿은 오비맥주 이천 공장에서 355·500㎖ 캔 2종으로 생산되며, 355㎖ 캔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12캔에 1만 원’에 구매 가능하다.

    필굿은 시원하고 상쾌한 아로마 홉과 감미로운 크리스탈 몰트를 사용해 맛의 품격과 깊이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소비자들이 맥주와 혼동하지 않도록 제품 패키지 전면에 ‘Happoshu(발포주 영어 표기)’라는 문구를 표기한 것도 눈에 띈다.

    점유율 국내 1위 브랜드인 ‘카스’를 보유한 오비맥주는 그간 발포주 시장 진출을 저울질해왔다. 하지만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가 시장을 선점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자 결국 생산·판매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뒤늦게 발포주 시장에 뛰어든 것에 대해 국내 발포주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필라이트는 코끼리 캐릭터가 그려진 국내 최초 발포주로, 2017년 4월 처음 출시됐다. 1년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4억 캔(355mL 기준) 이상을 판매했다. 국내 발포주 시장 규모는 연 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전통적인 맥주 비수기인 지난 4분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이 40% 증가했다. 식당과 주점에서는 ‘카스’에 밀리고 가정용 맥주로는 수입맥주에 치인 하이트의 부진을 발포주 필라이트가 대신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발포주의 강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마트에서 ‘12 1만원’ 행사가에 팔린다. 맥아함량이 10% 미만이라 주세법상 맥주가 아니라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생산 원가가 적게 드는 데다 세금도 맥주보다 가볍다. 국산맥주는 출고원가의 72%에 대해 주세가 붙지만 기타주류는 30%다.
  • ▲ 롯데주류의 맥주 상품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롯데주류
    ▲ 롯데주류의 맥주 상품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롯데주류
    ◇ 맥주업계, 배수의 진… 신제품 출시로 올 여름 승부수

    발포주 시장이 커지면 기존 맥주 시장은 줄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예를 들어 카스를 사려던 소비자가 필굿을 고르면 오비맥주로서는 크게 이득이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국내 맥주 제조업체들이 발포주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국산맥주의 최대 소비시장인 주점·식당에서 맥주 소비량이 줄어서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저녁 회식이 사라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의 성공으로 가정용 시장에서 실적을 일부 회복하자 주력 브랜드 하이트 외에 새 브랜드를 구상 중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인 브랜드명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반기 중 새 브랜드 제품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새 브랜드 맥주가 출시된다면 하이트진로로서는 2010년 ‘드라이피니시d’ 이후 9년 만의 신제품이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12월 말 김태환 신임대표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올해 1월 맥주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클라우드’를 비롯해 ‘피츠 수퍼클리어’, 수입하고 있는 외국맥주 ‘블루문’ 등 보유한 맥주 제품군이 다양해진 만큼 맥주만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 시장 공략에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신설된 맥주부문은 △국내맥주마케팅팀 △맥주유통지점팀 △맥주수퍼지점팀 △맥주FM팀 △수입맥주마케팅팀으로 구성됐다. 국내맥주마케팅팀의 경우, 기존에 나눠져 있던 클라우드마케팅팀과 피츠마케팅팀을 통합했다.

    박애안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인 시장 확대 속에 필라이트 성장은 올해도 이어지겠으나 영업력이 확고한 오비맥주의 필굿 가세가 하이트진로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이어 롯데칠성이 추가로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