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열차 구매 난관, 복복선 효율성 떨어져
  • ▲ 서울역.ⓒ연합뉴스
    ▲ 서울역.ⓒ연합뉴스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를 면제받은 평택~오송 고속철도 복복선 건설사업이 정작 투입할 열차가 부족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열차 운행의 효율성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열차 배차간격(시격)을 단축하면 안전에 지장 없는 선에서 운행횟수를 늘릴 수 있지만, 토목건축 제일주의에 빠진 국토교통부가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토부에 따르면 평택~오송은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철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구간이다. 선로용량은 포화상태다. 선로용량은 하루에 투입할 수 있는 최대 열차 운행횟수를 말한다. 이 구간 선로용량 한계는 편도 기준 하루 총 190회다. 안전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하루 176~186회 운행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열차 운행횟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116회, ㈜에스알(SR) 60회 등 총 176회다. 안전 운행을 생각할 때 선로용량이 포화상태나 다름없다.

    다행히 지난달 정부의 예타 면제 대상사업에 평택~오송 복복선화가 포함돼 열차운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이 구간 선로용량은 380회가 된다.

    문제는 선로용량은 2배로 늘지만, 정작 투입할 열차는 많이 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토부는 예타 통과를 위해 사업비를 감축하면서 열차 구매 규모를 20편성에서 15편성으로 줄였다. 재정 당국은 고속열차 구매에 짠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전문가는 "현재 고속철도 차량이 130편성쯤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추가로 20~30편성을 사주고 말 것"이라며 "철도운영사가 자비로 열차를 더 사면 되지만, 공타(공기업 예타) 통과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철도전문가는 국토부가 고속철 서비스 확대를 단계적으로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량 제작·납품에 3년쯤 걸리는 만큼 열차 추가 구매와 시격 단축을 통해 운행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선로용량 확대에 나섰어야 시설 낭비가 없다는 것이다.

    철도전문가는 "지금 우리나라 고속철도 시격은 5분10초쯤"이라며 "철도차량과 운전방식의 규격화 등을 위해 설립해 세계의 주된 철도가 가입돼 있는 국제철도연합회(UIC) 2010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고속철도의 최소 시격은 시간당 15회(4분)"라고 말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선로를 많이 놀리고 있는 셈이다. 철도전문가는 "안전을 고려해도 현재 5분대인 시격을 4분대로 좁히면 1시간에 11회 운행하는 열차를 13~15회로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철도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고속철 서비스 확대에 있어 선로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토건 사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철도전문가는 "고속철도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차량을 더 사서 시격을 조정하면 비교적 단기간에 큰돈 들이지 않고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고 해도 (국토부는) 지금도 (시격이) 빽빽한데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제한된 선로용량에서 열차 좌석공급을 늘리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2층 KTX 도입에도 반대했었다. 2017년에는 평택~오송 복복선 건설을 민자사업으로 제안했던 현대산업개발이 회원사로 있는 (사)한국철도건설협회의 철도 정책과제 제언 관련 세미나를 공식 후원해 논란이 됐다. 신규 노선 건설사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2층 KTX 도입에는 반대하는 모양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제발표에는 국토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고위직도 참여해 조직적인 동원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2층 KTX는 애초 국토부가 제2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2011~2015년)에 포함해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로 추진했던 사업이라는 점이다.

    국토부는 2015년 6월 정부 R&D 주관연구기업(현대로템)이 연구과제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자 R&D를 중단했다. 현대로템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했으나 이의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듬해 2월 현대산업개발은 국토부에 평택~오송 복복선 민자사업을 제안했고, 국토부는 2017년 2월 발표한 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2016~2020년)에서 2층 KTX 개발을 빼버렸다. 이후 국토부는 2층 KTX가 타고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력 소모도 커 비효율적이라는 이유 등을 내세워 도입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철도업계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철도산업 발전을 토건 위주로 끌고 가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돈은 적게 투자하면서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있는 데도 (국토부가) 토건 사업을 위해 비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 국토부.ⓒ뉴데일리DB
    ▲ 국토부.ⓒ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