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지난해 1분기 4만명 돌파…손실계좌수 이익대비 2배사설도박장 난립으로 투자금 편취…환율·선물시장도 예외없다
  • 개인투자자들의 유사 해외파생상품 투자를 통한 손실이 매년 수백억원대 규모로 발생 중이다.

    금융회사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 사설업체를 이용한 투자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금융감독원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장내파생상품(FX마진 제외) 투자현황을 처음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거래량은 2011년 1100만 계약에서 2017년 4510만 계약으로 4.1배로 커지는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해외 장내파생상품 투자자 수는 4만8810명이고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94.2%인 4만5978명으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의 1인당 거래액은 2017년 한해만 3878만달러(약 436억원, 원/달러 환율 1124원 적용)에 달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는 해외 장내파생상품 투자에서 매년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011∼2017년 투자 손실액은 연평균 8200만달러(약 922억원)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1년 7200만달러에서 2016년 1억2000만달러까지 커졌다가 2017년에는 7400만달러로 다소 줄었다.

    개인투자자의 손실 계좌는 매년 이익 계좌의 2배 이상이었다.

    예를 들어 2017년에는 개인투자자 계좌 중 손실을 본 계좌가 1만5677개로 이익을 본 계좌(6천214개)의 2.5배 수준이었다. 특히 2011년에는 무려 3.1배에 달했다.

    환율 등락에 따른 차익을 취하는 FX마진 거래는 2011년 개시 증거금률 인상 등 시장 건전화 조치 이후 규모가 줄고 있다.

    FX마진 거래대금은 2005년 총 765억달러에서 2011년 6654억달러로 커졌다가 2017년에는 723억달러로 다시 쪼그라들었다.

    반면 FX마진 거래 역시 손실 계좌가 이익 계좌보다 많은 편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손실 계좌는 755개로 이익 계좌의 2배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자에게 해외 장내파생상품을 중개하는 국내 증권사와 선물사는 14곳이었다.

    금감원은 "개인투자자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해외 장내파생상품 투자에서 지속적으로 손실을 봐왔다"며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법 사설 투자 사이트의 경우 입출금은 대포통장으로 이뤄지고, 사이버머니로 환전을 한 이후 예상이 적중할 경우 들어온 사이버머니는 다시 현금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는 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운영 방식이 같다.

    실제 FX(외환) 마진거래를 위장해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히는 일은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전현직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이 주축이 돼 불법으로 인터넷 주식 선물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 개미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방식이다.

    베팅을 통해 돈을 번 회원과 잃은 회원의 비율은 6대 4 정도로 돈을 벌어간 회원이 많았지만 사이트 개설 및 운영자들이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회원들이 벌어간 금액은 소액인 반면 잃은 금액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도박판에서는 돈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불법 선물 도박사이트에서도 적용되기 때문에 투자에 참여한 개미들은 돈을 잃고, 사이트 운영자는 돈을 벌었다.

    업계 관계자는 "회원들이 지수의 등락을 예측해 베팅을 한 후 결과가 맞을 경우 이미 들어온 투자금에 수익률 만큼의 금액만 더해 회원에 입금시켜주면 되지만, 결과가 틀렸을 경우 투자금 전체가 운영자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간혹 높은 수익률이 발생하거나, 특정 회원이 지속적으로 높은 적중률을 보였을 경우, 운영자는 임의로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거나 계정을 삭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베팅을 방해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계정을 차단당한 회원 역시 자신이 불법 사이트에 가입해 이용을 했기 때문에 도박혐의를 받게 되는 만큼 쉽게 신고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사이트 운영자들은 악용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정상적인 선물 거래를 하려면 1000만원 이상의 계좌 예치금이 필요한 반면, 이들이 만든 미니 선물 도박 사이트의 경우 단돈 3만원의 예치금으로 베팅이 가능해 진입장벽도 낮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물 투자 지식은 있지만 수천만원대 예치금을 마련할 능력이 없던 이들이 정상 선물 거래 대신 미니 선물 도박의 유혹에 빠졌다"고 말했다.

    또 "사설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는 투자금 정산을 전적으로 운영자가 담당하기 때문에 운영자가 잠적할 경우 금전 피해는 고스란히 회원들 부담으로 남게 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