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부족에 취업승인 '독소조항' 적용 시비
  • ▲ 코레일 사옥.ⓒ뉴데일리DB
    ▲ 코레일 사옥.ⓒ뉴데일리DB
    석 달 넘게 공석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오는 22일께 임명될 전망이다. 손병석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 전 차관은 철도 분야 전문성 부족과 함께 꼼수 낙하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국토교통부와 철도업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5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열려 코레일 사장 공모 건을 심의·의결했다. 코레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1월28일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손 전 차관과 코레일 정인수 현 부사장, 팽정광 전 부사장 등 총 5명의 후보자를 공운위에 추천했다. 공운위는 이 중 최종 후보자를 2배수로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는 손 전 차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코레일 임추위가 1월 말께 5배수를 추천했지만, 공운위가 이달에야 뒤늦게 열린 것도 그동안 손 전 차관의 취업심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손 전 차관은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임명)되기 전에 말하기 그렇다"며 "나중에 보도록 하자"고 말을 아꼈다.

    공운위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결재를 받고 2배수로 압축한 후보자 명단을 국토부에 보내 김현미 장관의 임명제청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후 인사혁신처와 국무총리를 거쳐 브이아이피(VIP) 임명까지 보통 2~3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므로 손 전 차관의 코레일 사장 임명은 오는 22일께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손 전 차관은 전문성 논란과 함께 낙하산 시비가 불거질 전망이다. 손 전 차관은 주로 국토정책 분야에서 일해왔다. 옛 건설교통부 복합도시기획팀장, 2012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시설본부장, 국토해양부 국토정책국장, 국토부 수자원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2014년 7월부터 철도국장을 맡긴 했으나 이듬해 9월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철도분야에 발을 오래 담갔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 ▲ 발표문 대독하는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연합뉴스
    ▲ 발표문 대독하는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연합뉴스
    꼼수 낙하산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손 전 차관은 지난해 12월 퇴임했다. 자리에서 물러난 지 3개월여 만에, 공모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퇴임 후 바로 산하 공기업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셈이다.

    손 전 차관은 지난달 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통과해 임명 절차에는 하자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손 전 차관이 취업심사를 통과한 사유다. 손 전 차관은 차관급이어서 취업심사 때 업무 연관성이 아니라 몸담았던 기관이 심사 기준이 된다. 손 전 차관은 1차관으로서 부동산·건설 업무를 총괄했지만, 취업심사할 때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국토부와 코레일 간 관리·감독 등의 업무 관련성을 따져 취업을 제한한다는 얘기다.

    손 전 차관은 취업승인제도를 통해 취업 제한의 벽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과 관련해 업무 관련성이 있지만, 취업해야 할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됐다는 것이다. 취업승인제도는 국가 안보에 관련됐거나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 경우, 신청자의 전문성이 인정되거나 취업 후 예전 몸담았던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면 예외적으로 취업제한을 풀어준다.

    손 전 차관은 전문성과 취업 후 영향력 행사 측면 등에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손 전 차관은 취업승인 예외조항 중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하거나 재출자하는 취업제한기관의 경영개선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취업승인을 받았을 공산이 크다. 코레일은 국가가 100% 출자한 공기업이다.

    일각에선 이 조항이 고위 퇴직관료의 낙하산을 위해 끼워 넣은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손 전 차관이) 철도를 겪어봤으니 아예 모르는 정치인보다는 낫지 않겠냐"면서도 "안전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면서 관료 출신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산적한 철도 관련 현안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려는 포석이 깔렸다고 보이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관료 마인드로 철도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