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I지수, 올 초 1200대 수준에서 674로 43% 하락…실적 타격 불가피
  • ▲ 현재 Vale사(社)와 철광석 장기운송계약을 수행 중인 팬오션의 'SEA FUJIYAMA'호. ⓒ팬오션
    ▲ 현재 Vale사(社)와 철광석 장기운송계약을 수행 중인 팬오션의 'SEA FUJIYAMA'호. ⓒ팬오션
    철광석이나 석탄 등 원자재와 곡물을 운반하는 벌크선사들의 운임 하락이 지속되면서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벌크선사들은 그동안 컨테이너선 시장 불황에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지만, 브라질 댐 사고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운업계 어려움은 올해도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지난 2일 기준 674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 초까지만 해도 1200대 수준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는듯 했으나 당시보다 43.8% 하락한 것이다.

    이 수치는 지난 2016년 BDI가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30% 이상 하락해 벌크 선사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BDI 하락은 지난 1월 발생한 댐 붕괴 사고에서 비롯됐다. 브라질 광산업체인 발레가 소유한 페아지오 광산의 댐이 붕괴되면서 철광석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해당 광산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발레가 사고가 발생한 상류 댐을 모두 해체한다고 밝히면서 연간 4000만톤의 철광석 감산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 정부도 댐 운영허가를 취소해 약 3000만톤의 철광석 생산이 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브라질 내 타 업체와 호주, 남아공, 칠레 등 다른 국가들도 수출량을 증가시켜 부족분을 메울 것으로 예상되나 이번 사고 영향이 2년여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까지 시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벌크선사들은 지난해 말까지도 해운업 불황 속에서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었다. 신조발주가 줄어듬에 따라 물동량 증가 폭이 선박 증가 폭을 앞선 덕분에 운임이 상승기류를 탔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등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에도 장기운송계약이 주인 벌크선사들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운임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댐 사고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벌크선사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주요 벌크선사인 팬오션과 대한해운 역시 BDI 하락으로 매출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상반기 동안의 BDI 침체기는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팬오션은 BDI의 상단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다른 벌크선사 대비 상대적으로 장기화물운송(CVC)의 비중이 낮은 점도 아쉽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선사들의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사고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O의 환경규제로 노후 벌크선 중 상당수가 폐선될 가능성이 있어 시황 하락을 일정 수준에서 막아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팬오션이 최근 장기화물운송 물량을 추가한 것도 실적 변동성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대한해운 역시 안정적 수익구조로 시황 부진에도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0년 이후에는 다시 개선흐름을 찾을 전망"이라며 "대다수의 한국 선사들은 장기용선계약을 확보해 큰 피해는 없을 전망이나 스팟시장에서 운항하는 대형선들은 계선이나 폐선 등 다양한 대응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