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금융주 목표주가 상향…“은행 이익체력 탄탄”홍콩 H지수 반등…고객 손실‧은행 배상 규모 확 줄 듯부동산PF 관련 추가 충당금, 은행권에는 제한적NIM 지킨 은행…금리인하 밀리고 저원가성 예금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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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 암울했던 실적전망과 달리 올 한해 은행권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하반기 시중은행의 실적이 급격하게 높아질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사태와 미국발 금리인하, 부동산PF 부실우려 등 악재에 따른 충격이 은행권에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ELS에도 이익체력 확인…배상규모도 축소 전망”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이달까지 금융지주들의 목표주가를 연초보다 높였다.

    하나금융지주의 평균 목표주가는 연초와 비교해 34.89% 올랐고, 신한금융지주는 26.42%, KB금융은 24% 높아졌다.

    우선 지난 1분기 홍콩ELS 손실배상 여파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뒷걸음했지만 오히려 탄탄한 이익체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홍콩ELS 여파가 가장 컸던 국민은행의 1분기 실적과 관련해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 전입에 따라 영업외비용으로 약 8620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인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면서도 "이를 제외한 경상 이익 체력은 분기당 약 1조5000억~1조6000억원 수준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홍콩H지수가 7000대를 바라보고 있어 지난 1분기 쌓아놓은 충당부채 환입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

    홍콩H지수는 지난 17일 종가 기준으로 6934.70을 기록했다. 이는 연중 저점(5001.95) 대비 38.63% 오른 수치다. 

    중국 정부가 증시와 내수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중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 하반기 홍콩H지수 예상 밴드를 6045~7750선으로 올려잡았다.

    현재 추세가 하반기까지 유지될 경우 투자자 손실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수 상승세가 지속되며 7500을 넘어서면 7월 만기 상품, 8000을 돌파하면 6월 만기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6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에서 판매한 홍콩ELS의 하반기 예상손실 규모는 지수가 6000선일 경우 약 1조196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7000선을 넘어서면 4411억원으로 약 3분의 1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홍콩H지수가 오르면 오를수록 배상 규모는 줄고 쌓아둔 충당부채가 환입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홍콩H지수 6000선 미만을 기준점으로 삼아 지난 1분기 실적에 총 1조6575억원을 비용(충당부채) 처리한 바 있다.

  • ▲ 텅빈 개발사업 부지. ⓒ연합뉴스 제공.
    ▲ 텅빈 개발사업 부지. ⓒ연합뉴스 제공.
    ◇ 부동산PF 충당금 부담도 은행권엔 제한적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방안에 따른 충당금 부담에서도 은행권은 자유로운 편이다.

    방안에 따르면 당국은 사업성 평가 기준을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했다. 기존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했는데 앞으로 부실우려 사업장은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이번 평가기준 개선 방안을 두고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에서의 비중이 큰 은행·보험업권의 경우 전체 PF여신 규모는 크지만 대부분 대형 본PF 사업장으로 사업성이 양호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국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 과정에서 은행과 보험권에 최대 5조원 규모의 공동대출로 돈줄을 풀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다음 달부터 새 사업성 평가 기준이 적용되면 2금융권은 당장 2분기부터 추가 충당금 적립 등 손실 인식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평가기준 개선방안은 브릿지론 및 토지담보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및 중소금융업권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이 과거 2008 년 등 사례를 바탕으로 보수적 관점에서 부동산 PF 사업을 영위해 왔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본PF 관련 추가적인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 미뤄지는 금리 인하…고금리 수혜 ‘톡톡’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은행권에는 달가운 소식이다. 통상 기준금리를 내려가면 예금과 대출금리 격차가 줄어 은행들이 얻는 이익도 줄어든다.

    연초만 해도 상반기 내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컸는데 예상과 달리 시점이 계속 밀리면서 은행들은 기대 이상의 마진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일제히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1분기 NIM은 1.64%로 전분기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전분기 대비 0.04%포인트, 0.03%포인트 상승했고, 우리은행도 0.03%포인트 개선됐다.

    불투명해진 금리 전망에 따라 투자대기 자금이 이자가 싼 요구불예금에 집중된 점도 은행의 NIM 개선 효과를 키웠다.

    요구불예금은 예‧적금보다 이자가 적은 대신 인출이 용이해 투자 대기자금을 담아두는 ‘파킹 통장’으로 불린다. 이자는 연 0.1% 수준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공짜 돈’이나 마찬가지다. 

    5대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2~3월 두달간 57조1762억원 증가했다.

    조달비용이 줄어든 덕에 은행의 NIM 개선효과는 그룹 전체보다 크게 나타났다. 5대 금융의 1분기 평균 NIM은 1.924%로 전분기(1.898%)와 비교해 0.026%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 별도 NIM은 평균 1.654%에서 1.686%로 0.032%포인트 늘었다.

    시장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시점이 당초 3분기에서 4분기로 지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기 시작하면  NIM 하락이 불가피하겠지만 애초 예상시기와 비교하면 3개월 이상 고금리 효과를 더 누리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