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최초 개발 단계부터 293세포 사용… 최악의 고비 넘겨식약처, 美 코오롱티슈진 실사 등 내달 말까지 자체조사 실시
  • ▲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코오롱생명과학
    ▲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중간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당장 '허가 취소'라는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내달 말까지 강도 높은 자체 조사를 실시한 후 행정처분의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STR(유전학적 계통검사) 시험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회사는 이번 시험결과를 식약처에 전달했다"며 "향후에도 자료 요청 등에 투명하고 성실하게 임해 빠른 시일 내에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국내 허가신청 당시 주성분인 형질전환세포(TC)가 'TGF-β1 유전자 도입 동종 유래 연골세포'라고 표기했으나, 최근 검사결과에서는 'TGF-β1이 삽입된 신장 유래세포(GP2-293·이하 293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

    ◆ '인보사' 중간조사 결과… 최초 개발 단계부터 293세포 사용

    이번 시험은 인보사의 2액인 형질전환세포(TC)가 비임상 단계부터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세포를 사용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이번 시험 결과, 인보사의 성분은 비임상 단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293세포가 사용됐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인보사의 성분과 미국 임상시험에서 사용한 세포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번 시험에서 해당 세포가 동일하지 않을 경우 바로 품목 허가 취소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해당 세포가 동일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허가 취소와 허가 변경 가능성이 공존하게 됐다. 일단 중간조사 과정에서 최악의 고비는 넘긴 셈이다.

    그간 코오롱생명과학은 동일한 세포주를 배양해 한국과 미국이 각각 나눠가졌기 때문에 동일한 세포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회사 측은 허가 당시와 세포 성분이 바뀌지 않았고, 10여 년의 임상시험을 거치고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STR 검사를 통해 인보사의 2액 성분이 293세포인 것으로 15년 만에 확인됐지만, 개발 과정 중 세포가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보사의 유효성과 안전성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개발 초기부터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일한 성분의 세포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성분명만 교체하는 '품목 허가 변경'이 승인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11일 긴급설명회에서 "(인보사가) 허가 취소까진 가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허가 취소의 가능성도 상존한다. 동화약품의 정장제 '락테올'은 허가 당시와 다른 성분이 발견되면서 지난 2013년 허가 취소를 받은 바 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이 허가 취소되는 경우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의 등록, 변경 등록 또는 변경 보고를 한 경우 ▲원료의약품의 변경 등록이나 변경 보고를 하지 않은 경우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줬거나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과 그 효능이 없다고 인정되는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 등이 있다.

    ◆ 식약처, 美 코오롱티슈진 실사 등 내달 말까지 자체조사 실시 계획

    식약처는 이번 시험 결과와 함께 이달 중순부터 내달 말까지 실시하는 자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행정처분의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초 개발단계부터 293세포가 쓰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미국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현지실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관련 조사를 위한 추가 자료 제출도 요구해둔 상태다.

  • ▲ 식약처 자체 시험검사계획 ⓒ식품의약품안전처
    ▲ 식약처 자체 시험검사계획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는 이미 인보사를 투여 받은 환자의 안전 대책도 마련했다.

    식약처는 인보사 투여환자 전체에 대한 특별관리,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인보사 투여 후 15년간 주기적 병·의원 방문·검사 등을 통해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세포·유전자치료제 등의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추적조사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약처는 세포·유전자치료제 관련 규제도 강화한다. 식약처는 '인체세포 등 관리업'을 신설해 세포의 채취부터 처리·보관·공급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안전 및 품질관리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허가 신청 시에는 연구개발과 제조 등에 사용된 모든 세포에 대한 STR검사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허가 과정에서 중요한 검증요소는 식약처가 교차 검증해 세포의 동일성을 확인한다. 허가 이후에도 업체가 주기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결과를 보관하도록 하는 등 사후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이하 첨단바이오법)'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유전자치료제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리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첨단바이오법 제정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체가 제출한 자료와 식약처 자체 시험검사 결과, 미국 현지실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그에 상응하는 행정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