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경제 등 전문성 강화했지만… 방향키는 위원장이 勞 "속도조절용 낯선 전문가" vs 使 "기울어진 운동장 다소 회복"시장 지급능력과 사회전반 영향 함께 고려 기대
  • ▲ 2019년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연합뉴
    ▲ 2019년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연합뉴
    내년도 최저임금의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쥔 공익위원이 새롭게 짜졌다. 노사는 '낯선' 전문가들이라는 반응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속도 조절을 고려했다며 반발한다. 경영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다소 회복됐다며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일각에선 앞으로 20년은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가운데 동결이냐, 최소한의 인상이냐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일 집단사퇴한 공익위원 8명을 비롯해 사용자위원 2명과 근로자위원 1명 등 총 11명을 위촉해 제12대 최저임금위를 새롭게 구성했다. 애초 노동부는 올해 논의 때부터 이원화된 새 결정구조를 적용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냉각하면서 법 개정이 늦어져 현행 절차대로 결정하기로 하고, 사퇴한 공익위원 등을 새로 구성했다.

    현 결정체계에선 노사가 대립할 때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이번에 새로 구성된 공익위원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혁신성장연구본부 연구위원, 박준식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경제학 교수,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승열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인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등 8명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4일 낸 성명에서 "최저임금에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활동했던 이들에게 새 공익위원은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전문가들"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라는 정부 지침에 충실할 무색무취의 위원으로 구성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새 위촉 공익위원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적용할 최저임금을 심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지난번 공익위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중립적인 분이 많이 위촉된 것 같다"면서 "솔직히 (새 공익위원들이) 노사 어느 편을 든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노동계에선 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하는 전문가라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경영계 관계자는 "권 교수와 노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관련 토론회 등에서 활동한 적 있으나 나머지 분들은 생소하다"면서 "권 교수 등도 최저임금위에서 활동한 적이 없어 성향이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다. 위원회에서 발언을 들어봐야 가늠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학계에서도 이번 공익위원이 친노동계 성향 위주의 인사로 구성된 건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

    새로 위촉된 공익위원은 노동경제 전공자가 3명, 노사관계 전공이 2명, 사회학과 인적자원개발 전공자가 3명이다. A 교수의 경우 그동안 최저임금과 관련해 의견을 말할 때 주관적인 견해보다 관련 통계 등 데이터를 중시하며 발언을 신중하게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익위원들이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증대 못지않게 시장의 지급능력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새 공익위원들이 그동안 최저임금과 관련해 강하게 의견을 피력했던 적이 없는 만큼 위원장이 방향키를 잡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한다. 현재 1960년생으로 연장자인 박준식 교수가 위원장이 될 거라는 의견이 적잖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꼭 그런 것은 아니나 연장자가 위원장을 맡아온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영계 일각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동결보다 최소한의 폭으로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새 공익위원들이 앞서보다 유연한 측면이 있다 해도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할, 용기 있는 공익위원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현 정부 들어 노동생산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을 올려 경제활동인구의 60% 이상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앞으로 20년간 동결해도 감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며 "지금도 소규모 기업에선 경력, 숙련도와 상관없이 모든 직원이 같은 급여를 받는다. 경력자 불만이 커지면 추가 인상 요인이 발생하고 이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최근 일부 매체에서 내년 최저임금과 관련해 청와대가 적정 인상률을 3~4%로 본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고 했지만, 최저임금위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교수는 "물가가 거의 1%도 안 올라가는 상황에서 노동생산성보다 서너 배 많은 4%를 올린다면 현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앞서 두 차례 급격한 인상으로 기본이 올라간 상태여서 4%를 인상하면 6%를 인상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 ▲ 민주노총 최저임금 개악 피해사례 고발 기자회견.ⓒ연합뉴스
    ▲ 민주노총 최저임금 개악 피해사례 고발 기자회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