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용역결과 "도소매업·음식숙박업 고용 줄었다"靑 "내년 3~4% 인상률 보도 사실 아냐"… 최저임금위 독립성 또 훼손 논란
  • ▲ 폐업.ⓒ연합뉴스
    ▲ 폐업.ⓒ연합뉴스
    정부가 막무가내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놓고는 뒷북 영향분석 조사를 벌여 눈총을 사고 있다.

    정부 용역을 의뢰받아 진행한 실태파악 조사 결과는 최저임금 인상의 대책으로 프랜차이즈 본사 등의 인건비 분담을 제시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노동부 용역 의뢰를 받아 수행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 결과'는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후 임금 분포의 변화'는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이 각각 발표했다.

    실태파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 △공단 내 중소 제조업 △음식·숙박업 △자동차부품 제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업종별 20여개 사업체의 사업주와 노동자를 대상으로 심층면접(FGI)을 벌여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임금, 근로시간 등의 영향과 대응방식을 파악했다.

    실태파악 결과를 요약하면 도소매업은 다수의 기업에서 고용이 줄었다. 고용과 근로시간 감소가 함께 나타난 기업도 상당수였다. 1주 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도 확대됐다.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돼 사업주가 바쁜 시간대 초단시간 근로를 늘리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했다는 분석이다.

    음식·숙박업도 대부분 조사 기업에서 고용이나 근로시간 감소가 파악됐다. 바쁜 시간대 단시간 근로자를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사업주 자신이나 가족이 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음식업과 숙박업 모두 근로자 총급여 증가율이 억제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공단 내 중소 제조업과 자동차부품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작아 최저임금 영향이 작은 편이었다. 고용 감소보다 근로시간 단축 사례가 더 많이 발견됐다.
  • ▲ 아르바이트 모집.ⓒ연합뉴스
    ▲ 아르바이트 모집.ⓒ연합뉴스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연구용역을 두고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태파악에서 언급한 대로 영세 소상공인 많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도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기 전 충분한 사전 조사나 의견수렴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자영업자가 고용과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거라는 건 이미 예견됐거나 알려진 사실이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장은 지난해 3월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외식업종은 스스로 근로시간을 줄여 경영의 효율화를 꾀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며 "예전에는 손님이 뜸한 점심과 저녁 장사 사이(오후 2~4시) 영업 준비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봤지만, 이제는 점심 장사를 서둘러 마감하고 휴식 시간을 두어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아는 갈빗집 사장은 직원에게 하루 7시간만 일하자며 아침에 1시간 늦게 나오라고 했다"면서 "고깃집의 경우 점심 장사는 포기하고 오후 2시쯤 문을 열어 저녁·밤 장사에 치중하는 식으로 영업시간을 쪼개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영세 자영업자의 아우성과 문제 제기에도 청와대가 아랑곳없이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률을 고집했다는 점이다. 영세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에 허리띠를 졸라맨 지 오래인데 정부는 이제서야 최저임금으로 고용이 감소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이번 실태파악 조사에서 제시된 대안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노 교수는 영세 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원청 업체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공유하지 않아 이를 분담케 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부가 시장 논리보다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이고는 후폭풍이 거세지자 고용을 유지하라며 혈세를 투입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 고용 관계가 없는 가맹사업 본부에 고통 분담을 강요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번 실태파악에서 노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만 고경력자·고숙련자와 저경력자·저숙련자의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축소되면 앞으로 인사관리에서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3~4% 수준으로 가닥 잡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와 논란이 불거졌다. 청와대가 또다시 최저임금위원회에 입김을 불어 넣어 독립성을 훼손하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 폭과 관련해 어떤 논의도, 결정도 한 바 없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언론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