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증권 청약에 260조원 몰려…7배 초과 신청TSMC, 2010년대 3%였던 가격차 최근엔 19%까지 확대상장 조건 공개 후 공매도 물량 31% 급증, 우려는 이미 반영신한투자증권 "추격매수도 불안한 매도도 금물, 코어 비중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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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도 상장하는 가운데, 이 주식을 사겠다는 신청이 준비된 물량보다 7배 넘게 몰렸다. 세계 유명 투자회사들이 앞다퉈 사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비싸게 거래되더라도 그 효과가 한국 주식 가격에도 그대로 전달될지가 더 중요하다며, 성급하게 사고팔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ADS(American Depositary Share, 미국에서 거래되는 지분 단위)에 대한 청약 신청 금액만 약 260조원어치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ADS는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 그 지분을 나타내는 예탁증서)의 형태로 발행돼 나스닥에서 거래된다. 

    청약 신청은 지난 8일 마감됐고 실제 판매 가격은 9일 오후에 정해진다. 8일 종가(207만60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번에 모으는 돈은 약 37조원 수준으로 중국 알리바바에 이어 외국 회사가 미국에서 상장하며 모은 돈으로는 역대 2위 규모다. 

    처음에는 43조원 정도로 예상됐지만 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떨어지면서 모으는 돈도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298만7000원까지 올라 최고가를 찍었다가 '반도체 주식에 돈이 너무 몰렸다'는 걱정 때문에 계속 떨어져 8일에는 최고가보다 30% 넘게 낮은 가격으로 마감했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투자회사들은 최대 70억달러(약 10조원)어치를 사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ADR은 10일부터 임시로 거래를 시작하고 13일부터 정식으로 거래된다.

    ◆ 미국과 한국, 가격이 따로 놀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미국에서 비싸게 거래되면 한국 주가도 따라 오를까"이다. 비슷한 사례로 대만 회사 TSMC가 있다. TSMC는 미국에서 늘 대만보다 비싸게 거래돼 왔는데, 그 차이가 2010~2019년에는 평균 3.2%, 2020~2023년에는 평균 7.4%였다가 2024년 이후에는 평균 19.1%까지 벌어졌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미국 ADS를 다시 대만 본주로 바꾸는 건 쉽지만, 반대로 대만 본주를 미국 ADS로 새로 만드는 건 회사 허락이 필요해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 비싸도 그 가격 차이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구조다. 한국 본주를 미국 ADS로 새로 바꾸려면 회사 동의와 절차가 필요해서 미국에서 상장 초반에 더 비싸게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TSMC처럼 그 차이가 오랫동안 굳어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가 떨어진 상태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미 두 번의 큰 흐름을 겪었다. 3월 말 미국 상장 이야기가 나온 뒤 6월 23일까지 주가가 174% 올라서 같은 기간 삼성전자(66%)보다 훨씬 많이 뛰었다. 

    그런데 6월 24일 상장 조건(얼마나 많은 ADS를 새로 만드는지)이 공개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새 주식이 너무 많이 풀리는 거 아니냐'는 걱정에 SK하이닉스는 6월 22일 최고점부터 7월 7일까지 25% 가까이 떨어졌고 삼성전자보다 10%포인트 더 많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를 빌려서 파는(공매도) 물량도 31% 늘어나며 주가가 더 떨어질 거라고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신호도 나타났다.

    다만 최근 며칠 사이엔 주가가 더 떨어졌는데도 공매도 물량은 살짝 줄어 '앞으로 더 나쁜 소식이 남아있다'기보다는 '걱정할 부분은 이미 주가에 다 반영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무리하게 사거나 팔기보다 원래 갖고 있던 비중을 유지하면서 상장 이후 미국과 한국의 가격 차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미국 가격이 오르고 한국 주가도 같이 오르면서 공매도 물량이 줄어들면 '돈을 벌 기회가 생겼다'는 신호로 보고 더 사도 되지만 반대로 한국 주가만 계속 떨어지고 공매도 물량이 다시 늘면 조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에게는 코어 비중 유지가 전략"이라며 "첫날 프리미엄을 보고 한국 본주를 추격매수할 이유도 당장 뚜렷하지 않지만 비관론도 좋은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프리미엄 가능성은 높지만 본주의 추가 ADS 관련 하방 가능성은 이전보다 줄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