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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의 동결 여부가 다시 공익위원의 손에 맡겨질 전망이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새 공익위원 위촉을 마치기로 한 가운데 공익위원 위촉은 물론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현행 절차대로 결정하겠다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7일 끝난 4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입법이 이뤄지지 못해 내년 적용할 최저임금은 현행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 2월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해 심의·결정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뼈대로 하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올해부터 당장 새 결정구조를 적용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냉각하면서 법 개정이 지연돼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 예산이 최저임금과 밀접히 관련된 상황에서 당장 최저임금법이 고쳐져도 예산안 편성 시한인 오는 8월 말까지 최저임금을 심의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노동부는 우선 지난 9일 류장수 위원장 등 공익위원 8명이 사퇴 의사를 재차 밝힘에 따라 이달 말까지 공익위원을 새로 위촉한다는 방침이다. 공익위원들은 지난 3월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아직 수리되지 않았지만, 노동부가 새로 위촉하겠다고 밝힌 만큼 물갈이가 예상된다.
관건은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쥐는 공익위원의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다. 일각에선 공익위원 위촉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친노동계 인사가 공익위원으로 집중 배치돼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책임론마저 불거진 상태여서 공익위원을 선뜻 맡으려는 인사가 있겠느냐는 의견이 없잖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책무감을 느끼고 할 분이 적지 않다"며 "그것 때문에 시일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과거와 같이 심의 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최종 결과만 발표하는 방식으로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 과정 자체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최저임금 제안에 대한 산정 근거 등을 국민에게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제안했다. 최대한 심의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현행 최저임금 산정이 물가상승률이나 노동생산성 등을 기계적으로 대입해 인상안을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사가 제시하는 산정근거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동안 심의 과정을 보면 노사 견해차가 커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할 때 유사근로자 임금인상률 등을 판단근거로 삼았다. 유사근로자 임금인상률의 경우 보통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됐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좌지우지한 것은 '플러스알파'(+α)에 해당하는 협상조정분이었다. 공익위원이 정부 눈치를 살펴 협상조정분을 높게 잡으면 심의촉진구간이 높게 형성돼 최저임금 인상을 견인하는 구조였다.
결국 올해도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에 의해 최저임금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이미 최저임금이 중위권 소득의 70%까지 올라간 상태"라며 "공익위원이 위촉돼도 과연 동결을 주장할, 용기 있는 공익위원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